세월호 선체 인양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후 약 2주만에 이뤄진 것을 두고 담당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게 아니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탄핵심판 결정 선고 당일 해수부가 기자단에 인양 현장 취재 계획을 공지한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돌았다.
정말 해수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전후로 세월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을까. 해수부를 감사하는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측의 의견을 들어보면 탄핵 정국 전후로 세월호 인양 및 진상규명에 대한 해수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세월호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인양 대국민 설명회’에 해수부 인사가 참석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해수부 측은 그간 특정 정당에 편파적으로 비칠 수 있음을 우려해 여당이나 야당만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그간의 주장과 달리 해수부 담당자가 민주당 주최 행사에 참석하는 걸 보고 태도가 바뀌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해수부가 “납작 엎드리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태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야당이 세월호 인양 및 선체조사에 대해 제시한 의견에 반박하지 않고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해수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 방식을 ‘리프팅빔과 해상크레인 플로팅독을 이용한 방식’에서 ‘잭킹바지선 2대와 반잠수식 선박을 이용한 현재 방식’으로 바뀐 것을 두고 “결과적으로 해수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더 나은 인양방식을 찾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야당 의원들도 해수부의 태도 변화를 언급했다. 농해수위 소속 김현권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해수부가 일에 임하는 자세나 태도 변화가 느껴지냐”는 질문에 “훨씬 더 적극적이죠. (탄핵 인용 후) 대화가 훨씬 잘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법률대리인 출신인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지난 23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전과 달리 정부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아무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달라진 분위기가 반영되는 건 아닌가 보고있다”고 말했다.
그간 해수부는 활동 기간이 만료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을 지원하기보다는 방해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지난해 9월말로 끝난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에 대한 연장요청을 들어주지 않은 것도 해수부였다. 또 2016년도 예산 중 특조위가 요구한 세월호 선체 정밀조사 예산 48억여원이 해수부 몫의 인양선체 관리 예산 40억원과 사용처가 같다며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에 해수부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방해하려고 한 정황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제한하고 정부 공무원에게 주요 업무를 맡겼다”고 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정치공세’로 규정한 2015년 4월 작성된 해수부 문건이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또 그해 11월에는 세월호 특조위가 참사 당시 행적 등을 놓고 청와대를 조사할 때는 “특조위 내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이 총사퇴해 대응할 것”을 지시한 해수부 문건도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일단 탄핵 정국 이후 해수부는 세월호 선체조사에 대해 비교적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양새다. 다만 농해수위 내부에서는 특조위와 해수부가 갈등을 빚었던 것처럼 세월호의 목포신항 거치 이후 선체조사를 실시할 독립기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정부 합동으로 출범할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간에 불협화음이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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