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당선에는 당내 비주류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게 힘을 실어 강한 거대야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오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향한 견제 수위를 높이며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 초반 여야의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첨예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표 경선 결선 투표에서 박광온 의원보다 더 많은 표를 얻으며 민주당의 21대 국회 세번째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후 인사말을 통해 “개혁과 민생을 야무지게 챙기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비공개로 열린 1차 투표에서 재적의원(172명) 10% 이상의 지지를 얻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2차 투표에 박광온·이원욱·최강욱 의원과 함께 진출했다. 박 원내대표의 1차 투표 통과는 예상된 일이었다. 다만 검찰·언론개혁을 주장하는 강경파 초·재선 의원들이 초선인 최 의원의 이름을 적어내는 변수가 발생했다. 투쟁력과 결단력을 앞세운 박 원내대표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1차 투표 후 진행된 정견발표에서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과 민생입법, 대장동 특검은 최대한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검찰·언론개혁은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여당의 실정은 반드시 잡아내겠다”며 “정치적 보복과 검찰의 전횡이 현실화하지 않게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2차 투표에서 박광온 의원과 함께 상위 2명의 후보에 올랐고, 결선 투표 끝에 승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당의 단합과 함께 강력한 개혁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말이 가기 전까지 원내수석(부대표), 대변인단, 부대표를 최대한 통합적으로 구성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무엇보다 의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시급한 것은 결국 4월 국회를 민생, 개혁 국회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라며 “윤 당선인이 추경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함께 머리를 맞대서 민생 현장에 단비를 내리는 여야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협치를 언급하면서도 개혁 의지를 밝히며 “정치보복을 막겠다”고 강조한 만큼 민주당은 소수 여당이 될 국민의힘을 향해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윤 당선인의 독선과 불통,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대하는 적대적 태도를 보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인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법안 처리를 놓고 국민의힘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을 위해 국민의힘이 내놓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와 윤석열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가 당내 통합을 강조했지만 계파 간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 선출로 친이재명계의 당내 장악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박원순계였던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지사 비서실장을 맡아 친이재명계로 평가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재명을 지키자”는 여론을 모은 이 전 지사 열성 지지자들은 박홍근 원내대표 체제 출범을 바랐다.
뚜렷한 계파 대결 구도로 벌어졌던 이번 경선에서 친이재명계인 박 원내대표를 택한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친이재명계를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기존 주류인 친문재인계와의 대립이 예상된다. 2년 뒤인 22대 총선 공천권이 걸려있는 오는 8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친문재인계 대 친이재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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