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국가유산청장(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김은혜씨로부터 <번암집> 책판 1점을 기증받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1970년대 기념품으로 미국에 반출됐던 조선 후기의 문집 책판 3점이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국가유산청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척암선생문집>, <송자대전>, <번암집> 책판을 각 1점씩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1917년 판각본인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 후 벌어진 을미의병 때 안동에서 활동한 의병장 김도화의 문집 책판이다. <송자대전>은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의 문집과 연보를 모아 만든 것이다. 책판은 1787년에 처음 간행됐으며 1907년 일본군이 모두 불에 태웠다. 송시열의 후손과 유림들이 책을 바탕으로 1926년 복각했다. 1824년 판각된 <번암집> 책판은 조선 후기 문신 번암 채제공의 문집 책판이다. <척암선생문집>과 <번암집> 책판은 2015년 등재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의 유교책판’에도 포함돼 있다.

1970년대 기념품으로 미국에 반출됐다 국내로 기증 반환되는 책판들. 왼쪽부터 <송자대전>, <척암선생문집>, <번암집> 책판. 국가유산청 제공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1000여점이 있었으나 현재 국내에는 약 20점 정도가 남아있다. <송자대전> 책판은 총 1만1023점이 복각됐으나 일부가 유실됐다. 1970년대 초 미국 국제개발처 한국지부에서 근무하던 미국인 애런 고든이 한국 내 골동상으로부터 두 책판의 각 1점씩을 사들여 미국으로 가져왔다. 먹이 묻어있어야 할 글자 부분에는 금색과 은색이 덧칠 돼 있었고, 투박했을 양쪽 손잡이도 가공 목재로 교체되는 등 기념품처럼 둔갑된 상태였다.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고든의 아내가, <송자대전> 책판은 여동생이 각각 보유 중이었다. 고든의 아내가 지난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 <척암선생문집> 책판 기증 문의를 하던 중 국외재단이 이를 인계하기로 했다.

<번암집> 책판은 전체 1159점 중 국내에는 358점만이 남아 있었다. 이 책판도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이 골동상에서 사들였고, 재미교포 김은혜씨 가족이 선물로 받았다. 김씨도 국외재단 미국사무소의 기증 제안을 수락해 이번에 이를 기증하게 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기증된 유물들은 1970년대 국내에서 도난 혹은 분실된 책판 중 일부가 기념품으로 둔갑한 뒤 해외로 반출된 과정을 보여준다. 당시 문화유산 국외 반출의 실태와 양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며 “유사한 단서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미국 내 추가 사례를 발굴해 자진 반환을 유도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9일(현지시간) 강경화 주미대사와 함께 워싱턴 주미대사관 영사부 건물에 ‘대한민국 최초 대사관’ 기념동판을 부착하기로 했다. 이 건물은 한국 정부가 1949년 최초의 한국 대사관을 설치한 장소다. 국외 문화유산에 국가유산청이 기념동판을 부착한 것은 2021년 주미대한제국공사관, 2023년 주영대한제국공사관에 이어 세번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