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독단, 야망
스티브 테일러 지음 | 신예용 옮김
21세기북스 | 368쪽 | 2만2000원

“추악한 행동이며, 인간으로서의 위엄에 걸맞지 않다.”

1940년 마하트마 간디가 아돌프 히틀러에게 2차 세계대전을 멈추라며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간디는 자신이 충분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면 히틀러가 이성적으로 행동을 재고하리라 여겼지만 기대와 달리 전쟁은 독일이 패전하기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저자 스티브 테일러는 ‘연결’과 ‘단절’이라는 개념을 든다. 간디가 공감능력이 뛰어난 ‘초연결형 인간’인 반면, 히틀러는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데 거리낌이 없는 ‘초단절형 인간’이다.

더 큰 비극은 초연결형 인간보다 초단절형 인간이 기업이나 정치권의 리더가 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공감 능력이 없는 초단절형 인간은 권력을 얻기 위해 타인을 조종하고 괴롭히는 데 거리낌이 없다. 권력과 부, 성공 욕구도 높다. 두려움이 없어보이고 의사결정도 빠르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의 존경과 충성심을 받는다. 연결을 원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는 초연결형 인간이 권력에 초연한 것과 대조된다.

히틀러뿐 아니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통해 초단절형 인간으로 자라나 무자비한 독재자가 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를 얻고 ‘포퓰리즘’으로 권력까지 취한 초단절형 인간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기업가로 거둔 성공과 정치에 뛰어들며 내건 단순한 사상은 박탈감과 불만에 짓눌린 계층의 동조를 이끌어낸다. 저자는 이를 ‘포기 증후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무조건적 헌신을 받고 책임감이라고는 없었던 어린 시절처럼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고 리더에게 맡겨버린다”는 것이다.

초단절형 인간은 권력을 제한하려는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공격한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우리를 초단절형 인간으로 어느 정도 보호해준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호감도 높은 정치지도자의 폭주를 민주적인 절차로 막아낸 지금의 한국 사회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