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특수본, 삼성 이어 롯데·SK 압수수색
ㆍ박 대통령 만나 ‘특별 요구’ 정황…부정 청탁 가능성
ㆍ‘보여주기식’ 수사 비판에 특검 전 최대한 성과 내기

<b>기재부 압수수색</b> 검찰이 24일 SK·롯데그룹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재부 압수수색 검찰이 24일 SK·롯데그룹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24일 롯데·SK그룹을 압수수색한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벌들을 향해 본격적으로 ‘칼끝’을 겨눴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압수물 분석과 뒤이을 소환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또는 특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60)에게 ‘직권남용’ 대신 ‘뇌물’ 혐의를 적용할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해 가용한 수사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날 검찰이 들이닥친 10여곳 중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과 최태원 SK그룹 회장(56)의 집무실이 포함됐다. 검찰은 전날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의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삼성그룹과 국민연금공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이번주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은 삼성과 롯데, SK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만 낸 다른 기업들과 성격이 다르다. 별도의 자금이 최순실씨 측에 지원됐거나(삼성) 지원됐다가 돌아오고(롯데), 지원 요청을 받은(SK) 곳들이다. 이들 기업이 구체적인 청탁을 했다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롯데와 SK는 올해 12월 발표될 예정인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심사를 신청했다. 두 기업 모두 신규 면세점 확보를 그룹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앞서 롯데·SK는 지난해 말 시내면세점 사업특허가 만료돼 면세점 1곳씩이 문을 닫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잃고 재기를 모색하던 이들 기업은 지난 2월 최 회장, 3월에는 신 회장이 차례로 박 대통령을 독대했다. 이후 K스포츠재단은 SK에 80억원, 롯데에 70억원의 추가 지원을 각각 요구했다. 롯데는 70억원을 냈다가 지난 6월 초 검찰 수사를 앞두고 돌려받았으며, SK는 이를 30억원으로 축소해 역제안했다가 추가지원이 무산됐다. 검찰은 이들 기업이 올해 면세점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 불법청탁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에게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올해 말 새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도 지난해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정부에 부탁하고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들 기업들에 뇌물죄가 적용되면 기금 모금을 지시한 박 대통령도 뇌물죄 ‘주범’이 될 수 있다. K스포츠재단이 결과적으로 추가지원금을 받지 않았지만 금품이 오고가거나 청탁이나 금품지원 약속만 있어도 ‘제3자 뇌물제공죄’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때 안종범 전 수석과 기업들에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은 것은 부정 청탁이 드러나지 않아서다. 

다음달 초 특검 수사를 앞두고 검찰이 제기된 모든 의혹에 메스를 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차피 특검이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수사를 벌일 것이기 때문에 “검찰 조사가 충분치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수사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검 출범 전까지 뇌물죄 수사를 최대한 진행한 뒤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특검에 관련 자료를 넘길 방침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