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 개막을 앞둔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취재진 및 관계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유일신앙. 이 때문에 이슬람의 예술에는 특정한 상징물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슬람은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였고, 특유의 기하학적 문양과 글씨의 아름다움을 발전시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런 이슬람 예술의 정수를 선보이는 세계문화관 내 이슬람실의 문을 지난 22일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인류가 남긴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상설전시관 내에 세계문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인도·동남아시아, 고대 그리스·로마실이 운영 중이며 이번에 이슬람실이 추가됐다. 국내에서 상설전시관에 이슬람 주제 전시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박물관은 “국내 거주 외국인 204만명 중 무슬림 추산 인구가 3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이슬람 문화는 우리 사회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며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이슬람 세계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슬람실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이슬람실 개관 전시의 제목은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이다. 세계적인 이슬람 박물관인 카타르 도하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품 83건이 내년 10월11일까지 공개된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고 경전 쿠란을 만든 7세기부터 근대인 19세기에 이르는 다양한 시기의 이슬람 예술품들이 망라됐다. 이슬람예술박물관의 구성을 이슬람실로 옮겨 전시를 꾸몄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에 전시된 15세기 대형 쿠란 필사본. 연합뉴스

 

현존하는 가장 큰 규모의 필사본 중 하나인 대형 쿠란 필사본은 이슬람 예술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예다. 15세기 초 중앙아시아에 있던 티무르 제국의 창시자 티무르가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이 쿠란 필사본 중 한 장은 높이가 성인 키에 맞먹는 177.0㎝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큼직하게 채운 글씨는 정밀하기까지 한데, 우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징물을 허용하지 않던 이슬람 문화 특성 때문에 글씨와 서예가들의 위상이 높았다. 이슬람 등장 직후인 7세기 후반~8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 쿠란 필사본은 내구성이 높은 양피지에 쓰여 지금까지 전해져 와 이슬람실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기에 이르렀다.

이슬람 예술은 무슬림들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진출하면서 변화를 맞이한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1309~1310년 제작된 아스트롤라베(천문시계)는 아랍어와 라틴어로 12궁과 율리우스력의 열두 달을 새겨 놓았다. 14세기 이란 파르스에서 제작된 황동 그릇은 무늬를 한 뒤 색을 넣은 상감 기법이 적용됐다. 중국과 페르시아, 중앙아시아의 문화가 한데 모인 결과물이다.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가 열린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취재진 및 관계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슬람실 한 편에서는 이슬람의 창살을 본뜬 휴게 공간도 마련됐다. 아라베스크로 대표되는 이슬람 특유의 무늬 양식은 이슬람 예술 중에서 글씨와 함께 발달한 분야다. 창살을 뚫고 들어온 햇빛이 바닥에 창살의 그림자를 남겨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휴게 공간의 맞은편에는 이슬람예술박물관의 전시 공간인 ‘다마스쿠스 귀족의 응접실’을 미디어아트로 연출한 공간이 자리했다.

이슬람실은 중앙아시아실과 연결돼 있다. 이슬람의 영향권에 있던 중앙아시아의 유물들을 함께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향후 해외 박물관의 이슬람 유물을 장기간 볼 수 있는 전시를 이슬람실에서 열 계획을 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