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마이크 버드 지음 | 박세연 옮김

RHK | 368쪽 | 2만5000원

토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산’이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재화와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추가적인 생산이 대단히 힘들고 일반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며 “이동이 불가능”하다. 공장에서 만든 상품과 달리, 지방에 땅이 남는다고 이를 서울에 옮길 수는 없다. 집도 다르지 않다. 인기가 많다고 더 만들어내기가 어려우므로, 누군가가 얻으면 다른 누군가는 잃을 수밖에 없는 ‘제로섬’ 재화다.

토지는 “세월이 흘러도 상하지 않는 … 감가상각이 적용되지 않는” 재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가치가 먼 미래의 기대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토지에 대한 투자가 금융적 광풍에 휩쓸리는 이유다.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금융기관은 대출 담보로 토지를 선호한다. 기업 대출 중 상당 비중이 토지를 담보로 이뤄진다.

17세기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영국의 이민자들은 풍부한 토지를 눈앞에 뒀지만 화폐는 적었다. 이민자들은 토지를 금융에 활용하고 싶었으나 영국 정부는 이에 협조적이지 않았고, 이는 1776년 미국 독립혁명을 촉발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승전국인 미국이 주도하는 토지개혁에 저항하지 못했다. 물론 한반도에서는 일제의 잔재를 지우는 토지개혁이 환대를 받았다.

런던과 홍콩에서 일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의 지역 간 주택 가격 격차는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가장 극단적”이라며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더욱 거세게 끌어내리고 있다”고 짚는다. 역사가 세계 각지에서 증명한, 토지에서 비롯된 주거 불평등이 한국에서도 반복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지적이다. 저자는 대출 규제가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공급이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만 채의 주택을 새로 지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