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박 대통령이 출연금 증액도 지시”
ㆍ최순실 부인한 재단 통합 “정동춘 이사장, 최씨 뜻” 증언
미르·K스포츠 재단에 정부 예산이 대거 투입될 계획이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대기업 출연금은 단지 그릇 역할이고 운영은 정부 예산을 쓰려 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두 재단에 대한 대기업의 출연은 전적으로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기업 뇌물 혐의 수사에 맞서 방어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61),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4차 공판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58·사진)은 “대기업 모금은 그릇이라는 얘기를 청와대에서 들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대기업 모금 규모가) 300억원이면 은행 이자가 5억~6억원밖에 안 나오는데 그것으로 어떻게 (재단을 운영)하려고 하느냐고 내가 말한 적이 있다”면서 “그랬더니 (안 전 수석이) 정부 예산을 부어서 할 것이기 때문에 신경쓰지 말라며 이것(대기업 모금)은 ‘그릇’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대기업들이 그릇을 만들면 운영은 모두 청와대가 한다는 것이다.
최씨와 안 전 수석 측 변호인들은 모금에 강제성이 없다며 “출연 기업이나 기업별 출연액은 전경련이 정했고, 재단 출연을 거절한 기업도 있지 않으냐”고 이 부회장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주요 모금 대상 기업과 모금 규모가 정해지면 (구체적으로) 얼마를 낼 것인지는 기계적인 부분”이라며 “거절한 기업도 적자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출연금 모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지시를 안 전 수석이 전달했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VIP(박 대통령)가 그룹 회장들과 300억원 규모의 문화·체육재단을 만들기로 이야기가 됐으니 설립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또 모금 규모를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린 것에 대해서도 “안 전 수석이 VIP(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더니 (박 대통령이) ‘300억원이 좀 작다, 500억원으로 올리라’고 했다고 전해 그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자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이 “재단 설립과 관련해서 하나도 한 역할이 없느냐, 꼭두각시냐 허수아비냐”고 물었고, 이에 이 부회장은 “이 일과 관련해서는 그렇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두 재단에 대한 의혹 보도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27일 안 전 수석의 전화 메모도 공개했다. 이날 밤 자신의 비서가 전화를 받아 적어둔 메모에는 ‘수사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먼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전혀 문제없으니 고생하시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고 적혀 있었다. 이 밖에도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내가 두 재단을 합친 통합 재단의 이사장을 맡겠다. 최 여사님(최순실)의 뜻이다’라고 말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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