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여력 있는 수도권 중산층 대변임대차 3법 보도, 갈등 부추기기 다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벼락거지’라는 말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사에 인용됐다. 짧은 시간에 파급효과는 컸다. 각종 기사와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됐다. 벼락거지라는 표현은 자신이 갑작스레 ‘거지’가 됐다는 식으로 쓰인다. 그러나 이는 집값이나 보유주식의 액면 가치가 폭락했다거나 사기를 당해 자산을 잃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주식·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버는 동안 자신의 소득과 자산은 늘지 않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다는 뜻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수도권 중산층이 느낄 법한 이야기를 언론이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계층은 수도권 혹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학력 자가소유자인데 정치권뿐 아니라 언론도 그들을 대변하고 가시화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언론이 ‘자가 소유’나 ‘개발 이득’ 욕망을 부추기고 주거 약자보다 주택 소유자 입장을 대변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과 ‘7월30일 임대차 3법 국회 본회의 통과’와 관련된 7개 일간지의 보도 309건을 분석했다.
민언련은 “정부와 여당 의원이 무능한 가운데 독주하고 있다는 ‘당정 무능론’ 그리고 ‘시장경제 파괴론’과 ‘갈등 부추기기’ 프레이밍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시장경제 파괴론은 ‘6·17 대책과 임대차 3법이 시장경제를 파괴하고 기존 부동산시장 경제를 흔들었다’는 식 내용이고, ‘갈등 부추기기’는 부동산대책이 세입자에게 불리할 것이며 주거비·세금이 올라 서민들 부담이 커지고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셋값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말 민언련 기고문에 “전세 임대인들의 월세 전환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리란 예측,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은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피해 자가를 가족에게 증여한 것과도 관련돼있다”며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거주 기간 2년을 늘려 전세 거래가 줄어든 측면도 있는데, 이런 요인은 다루지 않고 임대차 3법 탓만 하는 언론의 태도는 곡학아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권리가 침해받는 사각지대가 생겼는데 이 점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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