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과도 총리 유력… 군부에 권력 집중 노골화
지난 5월 쿠데타를 일으킨 쁘라윳 찬오차 태국 육군참모총장이 과도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군부가 임시 헌법에 군부의 초법적 권한을 명시함으로써 2006년 쿠데타 때보다 쁘라윳이 더 노골적으로 권력을 강화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군부가 지명한 과도 의회인 ‘국가입법회의(NLA)’가 7일 시작된 가운데, 과도 의회가 쁘라윳을 과도 총리로 지명할 것이라고 방콕포스트가 지난 4일 보도했다. 군부 주요 인사들도 언론에 “과도 총리 적임자는 쁘라윳”이라고 말하며 ‘쁘라윳 대세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빠이분 쿰차야 육군참모차장은 “쁘라윳은 이미 사실상 총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보기에 쁘라윳에게 총리가 되지 못할 결격 사유는 없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그동안 쁘라윳은 과도 총리에 오르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지 2개월 만인 지난달 22일 과도 의회 구성, 과도 총리·내각 임명안이 포함된 ‘임시 헌법’을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에게 승인받았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군부가 지명한 과도 의회 의원 명단도 국왕에게 승인받았다. 이날 승인된 과도 의원 200명 가운데 106명이 전·현직 군인이다. 정당 소속의 현직 정치인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이 과정은 2006년 쿠데타 때와 매우 흡사하다. 당시에도 쿠데타→임시 헌법 승인→군부 중심의 과도 의회 구성→군 출신 과도 총리 지명이 이어졌다. 그러나 쁘라윳은 2006년보다 더 노골적으로 권력을 강화하려 한다. 임시 헌법 44조에는 “군부 지도자는 국가의 통합과 화해, 개혁에 도움이 될 때는 어떤 행동이든 실시·중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쁘라윳 본인이 과도 총리에 오르면서도, 군부가 초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한 것이다.
군부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이유는 2006년 쿠데타 이후 권력 장악에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당시 군부는 야당인 민주당, 기득권 지지층과 손을 잡고 탁신 친나왓 총리를 몰아냈지만, 이후 두 차례 총선에서는 모두 친탁신계 정당이 집권당이 됐다.
김홍구 부산외대 태국어과 교수는 “군부는 자신들의 ‘버팀목’이자 고령인 푸미폰 국왕의 죽음이 다가온 지금을 권력 강화의 적기로 볼 것”이라면서 “새 헌법 제정을 지켜봐야겠지만, 군부가 민주화 이전 체제로 되돌리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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