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민주화 바람’ 부나
ㆍ장기집권 국가 수두룩… 견제할 대안세력 부재 속 젊은층서 변화 불씨 조짐
중부 아프리카 내륙국가인 부르키나파소에서 27년간 집권해온 블레즈 콩파오레가 지난달 31일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 콩파오레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려다 시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고, 수만명이 장기집권 독재에 항의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군부는 이 틈을 타 쿠데타를 일으켜 콩파오레를 끌어내렸다. 2011년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사하라 이남으로도 전파돼 ‘아프리카의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으나, 아직 아프리카에는 20~30년씩 집권해온 국가 수반들이 적지 않다.
1979년 집권한 앙골라의 주제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적도기니의 오비앙 음바소고는 35년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1980~1990년대 내전으로 장기집권 독재자들이 쫓겨나고 권력이 바뀐 곳이 많지만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력을 장악한 신흥 정치엘리트가 ‘제2의 독재자’가 되는 악순환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가 우간다다.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내전을 수습하고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우간다를 정상국가로 끌어올리는 듯했으나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고 종신집권의 길로 가고 있다.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짐바브웨에서는 로버트 무가베가 총리와 대통령을 연달아 지내며 전제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백인이 장악했던 경제권력을 흑인의 손에 넘겨주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그는 정적들을 살해하고 탄압하는 무자비한 행위로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비교적 평화롭게 민주화의 길을 걸은 나라들도 없지 않다. 남아공에서는 오랜 흑백 분리를 끝내고 1994년 넬슨 만델라 정권이 들어선 뒤 민주선거가 정착됐다. 나이지리아는 1999년 이후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경제대국이자 자원부국인 나이지리아가 큰 유혈사태 없이 민주화로 이행한 것은 대단한 성과로 평가됐다. 케냐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중반 극심한 내전을 치른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에서는 군벌 출신 로랑 카빌라가 집권했다가 아들 조셉 카빌라에게 권력이 넘어갔으나, 이 과정에서 치러진 선거는 비교적 공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장기집권 국가들은 정치 엘리트층의 폭이 넓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거가 치러진들 야권 역시 옛 집권층과 연계돼 있어 ‘선택 없는 민주주의’가 되곤 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가봉과 토고에서 대통령 자리가 ‘세습’된 것 역시 대안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방과의 유착도 장기집권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번 부르키나파소 사태에서 보듯 부를 독점한 권력층의 행태는 시민들, 특히 젊은이들의 분노를 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기집권 국가들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 벌어질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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