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사바르 참사 1년](2) 생존자 4명 중 3명 무직, 신체·심리적 질환 심각…“재정지원보다 자활 훈련·상담 시급”
그곳은 그랬다/[방글라데시 사바르 참사 1년] 2014. 4. 27. 22:11ㆍ“보상금 30억원 집행” 정부 발표에 불신도
지난 19일 사바르에 있는 방글라데시 의료기관 마비환자재활센터의 직업교육 교실에서는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 9명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다. 이들은 라나플라자 참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노동자들이다. 생계를 위해 잡은 재봉틀이 큰 상처를 안겼지만, 이들은 새 삶을 위해 다시 재봉틀을 잡았다. 재활센터는 라나플라자 참사 생존자 123명에게 자활훈련을 시키고 있다. 훈련을 지도하는 라키 카뚠은 “자활훈련을 통해 참사 이후의 두려움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활훈련을 거쳐 개인 의상실을 차린 사례도 있다고 했다.
글로벌 브랜드 외에도 방글라데시 정부와 비정부기구, 노동단체들이 피해 보상과 후속조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물질적 지원과 피해자 자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보상 진행은 더디고 규모는 부족하기만 하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지난 18일 현재 라나플라자 피해 보상금으로 2억2530만타카(약 30억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총리 측은 적게는 10만타카(약 134만원), 많게는 150만타카까지 피해자들에게 차등지급했다고 덧붙였다. 방글라데시의류생산수출협회(BGMEA)도 19일까지 1억4500만타카(약 19억원)를 피해자 보상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 대표 아미르 초두리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하시나 총리가 지급하는 보상금이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부패가 만연한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기금의 이자만큼만 보상금으로 지급한다는 소문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재정지원 못지않은 걱정거리는 일자리 창출과 피해자 치유다. 영국계 비정부기구 액션에이드가 라나플라자 피해자 14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피해자의 73.7%는 현재 직업이 없다. 이 중 63.7%는 신체 질환을 호소하고 있으며, 23.8%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피해자들은 3층 이상 건물에 오르기를 두려워하며, 밤마다 건물이 무너지는 악몽을 꾼다고 호소했다. 스리니바스 레디 국제노동기구(ILO) 방글라데시 책임자는 “모두가 재정지원을 얘기하지만, 정신 상담이 필요한 피해 노동자들도 다수”라고 다카트리뷴에 말했다.
재활센터는 생존자들의 자활훈련과 함께 정신과 치료도 돕고 있다. 현재도 피해자 502명이 이곳에서 직업훈련에 앞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노동연구소도 피해자 700여명에게 질병 치료를 위한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3600여명에 이르는 사상자 규모에 비하면 아직 피해자 치유의 규모는 작다. 생존자들의 자활까지 돕는 단체는 재활센터 외에는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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