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중국 산둥성 르자오시
▲ 모든 아파트 지붕에 집열판
강 곳곳에 오염방지 책임자
유엔 ‘살기 좋은 도시’ 수상
중국 산둥(山東)반도 남쪽의 르자오(日照)시에는 생태도시, 정원도시, 에너지모델 도시, 순환경제 도시 등 타이틀이 많이 따라 붙는다. 중국이 세계의 생산기지가 되면서 오염배출국의 오명을 덮어쓰고 있으나, 친환경·저에너지 정책으로 도시를 혁신시킨 사례도 적지 않다. 르자오는 중국의 생태형 미래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인구 290만명의 르자오는 해가 먼저 뜨는 곳이라는 이름처럼 태양광 발전을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고 이를 에너지 수급에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지난 1월 말 찾아간 르자오 시내의 아파트들에는 높낮이에 관계없이 지붕이나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었다. 태양광 덕에 3인 가구 기준으로 연간 700위안(약 12만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르자오 시 에너지절약과학기술과 위광후이(于光輝) 과장의 설명이다. 절감 액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보급률은 거의 100%에 근접했다.
르자오시 둥강(東港)구 리청화위안(麗城花園)에 사는 주민 장모씨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40평가량 되는 아파트에 지난해 여름 벽면공사를 했다. 소요된 비용 1만1000위안(약 192만원)의 절반은 시에서 내줬다. 장씨는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아줘 2도가량 실내온도를 높이고, 여름에는 냉방효과로 2도가량 낮춰준다”고 말했다. 시내 전체 아파트를 대상으로 이런 공사가 2013년부터 시작됐다.
르자오는 해안선 길이가 168.5㎞에 이르는 바닷가 도시다. 금빛 모래밭이 60㎞ 이상 이어져 ‘골든 코스트’로 불릴 정도다. 시내와 가까운 완핑커우(万平口) 해안은 예전에는 국영 석유기업의 22개 원유탱크가 있어 어수선했고 오염도 심했다. 하지만 2006~2007년 이 시설들을 쫓아냈다. 당국은 국내외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해안 리노베이션을 맡겼다. 그 후 이곳은 수상스포츠와 레저활동이 결합된 복합 해변공원단지로 탈바꿈했다. 시 건설위원회 자오펑(趙峰) 과장은 “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해 맨 먼저 해안선 위주로 녹화(綠化)를 했다”고 말했다.
르자오를 흐르는 5개의 강은 총 길이가 120㎞에 이른다. 지난해 시 당국은 강의 유역을 할당, 오염방지를 책임지게 한 허장(河長)제도를 도입했다. 강변 일부는 영구 건설금지 구역으로 정해 부동산 개발의 유혹을 막았다. 버려진 채석장 20여곳은 인공호수와 산책로를 갖춘 공원으로 바뀌었다. 채석장 자리에 호수를 만든 인허(銀河)공원에는 강태공이 낚시하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강태공의 고향이 르자오다.
르자오 도시계획전시관 광장에는 생태도시 건설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조형물이 있다. 2009년 10월5일 유엔 해비타트가 주최하는 ‘살기 좋은 도시’ 상을 받은 것이다. 2007년에는 스위스 바젤 에너지 정상회의에서 세계 클린에너지상을 수상했다. 중국 도시로는 처음이었다. 르자오는 1989년 6월 현에서 시로 승격한 후 생태도시 건설에 본격적으로 초점을 맞췄다. 르자오의 생태도시 조성은 정책의 연속성과 함께 도시계획에 여러 주체들을 참여시킨 점이 특징이다. 시민들은 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정부에 제안을 할 수 있다. 중국도시계획설계연구원과 퉁지(同濟)대학, 칭화대학, 베이징임업대학전문가들은 물론 미국과 독일의 연구소들도 참여해 도시계획과 발전을 조언했다.
경제개발과 환경보호 간의 균형을 잡는 데에 성공한 르자오의 경험은 개발도상국들이 모델로 삼을 만하다. 르자오는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해양산업 관광 물류 등을 성장동력으로 육성을 추진 중이다. 국내 업체 중에는 자동변속기를 생산하는 현대파워텍 등 현대자동차 계열사들이 여럿 입주했다. 환경보호국 류타오(劉濤) 주임은 “환경을 더럽히지 않는 기업들을 유치하려 애썼다”며 “환경보호 속에 발전하고 발전 중에 환경을 보호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르자오 |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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