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민·관 협력 에너지주택 설계
태양광 패널을 얹은 16세기 교회, 전기 대신 지붕에서 열을 끌어다 쓰는 레스토랑. 중세 건축물과 대학 캠퍼스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도시인 독일 튀빙겐은 친환경 건물의 실험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1월12일 남쪽 뮐렌지구 주택가에 들어서자 저녁놀에 물든 한 건물 벽(사진)이 유난히 반짝였다. 창문처럼 생긴 네모난 유리는 가까이에서 보니 태양광 패널이다. 문 옆 디지털 안내판에는 이 패널들로 생산한 전기량이 뜬다. 5층짜리 건물 곳곳 패널들로 1월 들어 그때까지 모은 전기는 3590W였다.
바로 옆 4층 주택은 베란다 없이 큰 창문이 벽을 채우고 있다. 알루미늄 대신 나무를 여러 겹 쌓은 창호를 둘러 단열이 잘된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고급 주택 옥상에는 이끼가 깔린 작은 정원이 있었다. 1535년 지어진 마을교회는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다시 얹었다. 강변의 유명 식당은 태양열 집열기로 지하 양조장을 돌린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면 건물 짓는 비용이 10%는 더 들어간다. 그런데도 건축주가 이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정부 보조금과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튀빙겐시는 1990년대 뮐렌지구와 옛 프랑스군 주둔지 등을 재개발하면서 에너지 철학이 맞는 건축가들과 함께 건축주들을 설득했다. 튀빙겐 건축가워킹그룹의 가르시아 엘첼은 “독일의 재생에너지는 처음엔 비싼 석유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 이런 흐름이 더 확고해지고 있다”며 “기름값이 떨어져도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흔들릴 수 없다”고 말했다.
<튀빙겐(독일) |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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