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엔 푸틴의 농노만 있다” 망명 올리가르히들 연쇄 공격

ㆍ기업가 예프투셴코프 석연찮은 가택연금에 잇단 비난

“러시아에는 사유재산이란 없다. 푸틴의 농노들만 있을 뿐이다.”

영국에 망명 중인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세르게이 푸가체프(가운데 사진)가 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제주의적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달 푸틴이 러시아의 유력 기업가인 블라디미르 예프투셴코프(왼쪽)를 가택연금시킨 뒤로 푸틴과 올리가르히들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푸가체프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잔액은 푸틴 계좌로 들어간다. 큰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군부가 통치하는 전시 상태나 다름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푸가체프는 한때 푸틴의 최측근이었으며, ‘크렘린의 물주’로도 불렸다. 그러나 2010년 그가 소유한 국제산업은행이 파산한 뒤 관계가 틀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파산 책임을 물어 지난해 푸가체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이미 2011년 영국으로 망명한 푸가체프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2년에는 푸가체프 소유의 조선소를 몰수하기도 했다.

푸틴의 정적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기업가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오른쪽)도 푸틴을 공개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 최고 재벌이던 호도르코프스키는 2003년 돌연 체포됐다. 그가 푸틴의 부패를 비판하며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때였다. 호도르코프스키는 2005년 수감됐고, 그가 소유했던 석유기업 유코스는 공중분해돼 국영 로스네프트 등에 매각됐다. 지난해 풀려난 호도르코프스키는 스위스로 망명했다. 그는 지난 3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푸틴이 러시아를 위기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며 “경제위기가 계속돼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앞서 러시아 내 15위 기업인인 예프투셴코프는 러시아 당국에 의해 가택연금됐다. 예프투셴코프는 AFK시스테마라는 자산관리업체의 최대주주다. 연방수사위원회는 시스테마가 바슈네프티라는 석유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돈세탁을 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유코스 사태 때처럼 푸틴이 올리가르히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푸틴 측근 이고르 세친이 최고경영자로 있는 로스네프트가 바슈네프티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10년 이상 투자했던 영국 투자자 빌 브라우더는 “푸틴과 그의 부하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자산을 뺏어올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 기업인들은 푸틴의 이런 태도가 결국 국내 경제를 몰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