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지난 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구장 관계자들이 방수포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보통 KBO리그가 밀린 숙제같은 ‘잔여 경기’를 해결하는 시간이다. 장마와 무더위 그리고 호우가 잦아드는, 천고마비의 초입은 경기 취소의 부담을 조금은 덜고 숙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때다.

2015년, 1군 10구단 체제 이후 한해 치러야 할 정규시즌 경기가 전년의 576경기에서 720경기로 늘어나면서 잔여경기 편성 난이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래도 잔여경기는 보통 계획한대로 치러질 때가 더 많았다.

올해, 9월 들어 더 자주 내리는 비와 태풍에 시즌 막판 경기가 잇달아 취소되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달 29일 잔여경기 일정이 발표된 이후, 8일까지 비와 강풍 때문에 취소된 경기는 10경기에 이른다. 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비와 강풍이 9월초 잇달았던 탓이다. 2015년 이후, 잔여경기 일정이 발표된 시점 이후 10경기 이상 순연된 시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는 10일에도 전국에 비예보가 있는만큼 추가로 순연 경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순연된 경기가 정규시즌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가 그간에는 많았다.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시즌 내내 양극화 구도가 뚜렷한 가운데 가을야구 진출팀이 대부분 결정이 됐으나, 선두 및 2위, 5위 싸움은 여전히 치열하다.

선두 SK를 향한 2위 두산의 추격이 더욱 거세진 가운데, 두 팀은 지난 5~6일 예정된 문학 2연전을 모두 치르지 못했다. 잔여경기 일정 발표 때만 해도 문학 두산-SK전 예비일은 총 5일이나 있었지만, 앞서 취소된 경기가 먼저 배정되고 ‘한 팀당 최대 7연전’만 가능토록 한 규정에 따라 취소된 두 경기는 19일 ‘더블헤더’로 펼쳐지게 됐다. SK와 두산의 경기차가 더블헤더 전에 더 줄어든다면 19일 더블헤더 결과에 따라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이 걸린 정규리그 1위 주인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5위 다툼 중인 NC와 KT의 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NC는 예정된 시즌 종료일인 오는 28일까지 두산-한화-LG-KT를 상대로 도합 5연전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추석 연휴 이후 5연전이 없던 KT의 일정이 비 때문에 바뀌었다. 예비일이던 23, 24일에 각각 KIA, SK와 대결하게 되면서 앞선 20~22일 연전에 이어 5연전 일정이 완성됐다. 창원과 잠실, 수원을 오가는 NC와 달리 사직에서 1경기, 수원에서 4경기를 치르는 KT가 여전히 유리해보이긴 하다. 하지만 외인 원투펀치를 적극 활용할 수 있던 KT 입장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LG에도 고민이 생겼다. 3위 및 5위와의 경기차가 커서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를 확률이 높다. 문제는 예정된 정규시즌 종료일 이후에도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잠실 롯데전이 우천취소된 데 이어 7일 잠실 두산전도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시즌 첫 ‘강풍취소’됐다. 두 경기는 취소 직후에도 일정이 편성되지 않았다.

취소된 두 경기는 현재 정규시즌 최종일인 28일 이후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LG가 정규시즌 종료 후 첫 포스트시즌 경기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치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LG가 휴식 및 준비 기간에 손해를 보고 가을야구에 돌입할지도 모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