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타이어뱅크 KBO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두산 선수들이 김태형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그라운드가 서늘해져 가을야구의 시간이 왔다고 느낄 때면 ‘기적의 베이스’가 벌인 수 차례의 명승부가 떠오른다.

매시즌 최후의 패권은 한국시리즈에 선착하는 정규리그 우승팀의 차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두산은 몇 차례 이런 흐름을 거슬렀다. 2001년과 2015년,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치고도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쳐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정규시즌 막판의 짜릿한 역전 레이스 역사도 남겼다. OB라는 이름으로 치른 마지막 시즌인 1998년, 막판 8연승으로 해태를 제치고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8연승 중 마지막 2경기는 해태와의 연전으로, 한 경기만 패해도 가을야구에서 탈락하는 상황이었지만 OB의 상승세는 그 부담감마저 이겨냈다.

그보다 팬들의 기억에 선명한 해는 1995년이다.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잠실 라이벌 LG가 OB에 6경기차로 앞선 선두였다. 하지만 OB는 마지막 27경기에서 20승7패의 무서운 상승세로 LG에 0.5경기 앞선 1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꺾고 우승하면서 ‘기적의 베어스’의 시작을 알렸다.

두산은 2017년에도 기적을 만들 뻔했다. 8월16일 선두 KIA와 8경기차까지 뒤졌을 때만 해도 ‘절대 뒤집지 못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후 36경기에서 23승12패1무(승률 0.657)를 거둬 정규리그를 예측불허로 만들었다. 다만 정규리그 마지막날 KIA가 이겨 우승을 확정지으면 두산은 정규시즌 2위에 이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9년, 두산은 다시 한번 기적을 현실화하려 하고 있다. 8월 17승7패(승률 0.708)의 무서운 기세로 선두 SK를 3.5경기까지 쫓았다가 9월들어 김재환, 박건우 등 주전 외야수들의 부상과 비·태풍으로 4일 연속 경기가 취소되면서 2위 자리를 키움에게 내주는 등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19일 SK와의 문학 더블헤더를 쓸어담으며 선두 SK와의 승차를 2.5경기까지 줄였다. 키움과 2위 다툼도 뜨거운 상황이지만, 한차례 저점을 찍은 두산은 상승세의 전기를 마련했다. 아직 자력우승의 키는 SK가 쥐고 있지만, SK가 계속 주춤하고 두산이 과거의 뒷심을 보인다면 기적이 재현될 지도 모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