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워윅 서폴드(왼쪽)와 채드벨. 한화이글스 제공

 

쉽게 웃을 일이 없던 한화에 모처럼 좋은 소식이 생겼다. 한화 외인 좌완 채드벨(30)이 지난 17일 대전 키움전에서 8이닝 2안타 무실점 완벽투로 팀의 1-0 신승을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2위를 굳히기 위해 갈길 바쁜 키움의 강타선을 상대로, 7회 2사 후 이정후에게 내야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다.

채드벨은 시즌 10승(9패)을 따냈다. 열흘 전 롯데를 상대로 시즌 10승을 이미 따낸 동료 워윅 서폴드(29)에 이어 한화의 올 시즌 두번재 10승투수가 됐다. 한화 입장에서 더 기쁜 것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외인 투수 두 명이 동반 10승을 따냈다는 점이다.

KBO리그에 외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지 20년이 넘었지만, 한화에서 10승을 거둔 외인 투수는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었다. 2007년 세드릭 바워스 다음 10승 투수가 8년만인 2015년(미치 탈보트)에 나올 정도였다. 2017년 알렉시 오간도에 이어 지난해 키버스 샘슨이 한화 역대 외인 최다 13승을 거둬 명맥을 이어갔다.

구단 역사에 기록을 남긴 샘슨과의 계약을 포기하고 영입한 서폴드-채드벨 듀오에 한화는 큰 기대를 걸었다. 비록 한화는 예측할 수 없던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가을야구 진출이 아닌 탈꼴찌를 위해 애쓰는 처지가 됐지만, 두 투수가 10승을 거두면서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두 투수가 시즌 중반 이따금씩 흔들린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은 버티며 제 몫을 했다. 이들의 경기당 득점지원은 3점에 채 못미친다.(서폴드 2.86점, 채드벨 2.81점) 퀄리티스타트를 해도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때가 많았다. 채드벨은 5월5일 대전 KT전 이후 8월이 시작되기 전까지 거의 3개월간 치른 13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불운까지 시달렸다. 이 기간 7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도 4경기나 됐고, 8이닝 무실점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경기도 있었다.

그러나 8~9월 들어 서폴드와 채드벨은 그간 따르지 않던 승운까지 누리며 연승을 달리고 있다. 채드벨은 8월 중순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진 와중에도 8~9월 6경기에서 5승을 챙겼다. 서폴드도 같은 기간 7경기에서 5승1패를 거뒀다. 팀이 하위권에 처진 상황 거둔 연승이라고 해도, 이들의 승리가 평가절하할만한 것들은 아니다. 서폴드는 최하위 맞상대인 롯데와의 8~9월 세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그 덕에 한화는 17일 현재 최하위 롯데보다 4경기차 앞서 탈꼴찌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 채드벨은 부상에서 돌아온 8월말부터 5위 싸움을 벌인 NC,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LG와 키움과 맞서고도 모두 승리를 거뒀다.

두 투수가 한국 무대에서 10승을 채우며 나름대로 검증된 모습을 보인 것은, 한화의 다음 시즌 준비에도 긍정적인 요소다. 외인 선수 제도가 시즌 후 바뀔 가능성은 있지만, 제한된 금액 안에 빼어난 실력의 투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팀에서 2년째 계약하는 선수는 계약금 상한선에서 보다 자유롭기에, 한화는 가성비 좋은 투수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고 기존 두 투수와 함께하는 방향을 적극 검토해볼만 하다. 한화는 아직 두 선수의 재계약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두 투수는 한국 생활을 이어가고픈 마음을 전했다. 서폴드는 최근 등판인 지난 14일 대전 롯데전 이후 “한국생활에 만족한다. 한국에서 다시 뛰고 싶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