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비치핸드볼 테스트 이벤트에서 한국 남자 핸드볼 18세 이하 대표 선수들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하얀 백사장 위, 선수들은 때로는 높이 뛰고 때로는 몸을 비틀거나 360도 회전하며 공을 던진다. 한 팀이 골을 넣자 상대 팀의 공격이 바로 이어지며 숨막히게 빨리 경기가 전개된다. 모래사장 위에서 벌어지는 ‘비치핸드볼’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장관이다.

8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대한핸드볼협회가 개최한 비치핸드볼 테스트 이벤트에서 그 장관이 재현됐다. 아직 비치핸드볼 전문 선수가 없는 한국에서 정식 대회를 열기에 앞서, 18세 이하 남자 핸드볼 대표팀 선수들이 이벤트에 참여했다. 이들도 비치핸드볼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지만, 조용한 아침 해변에서 화려한 몸짓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비치핸드볼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비치핸드볼은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종목이다. 아직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 종합대회 정식종목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핸드볼연맹(IHF) 주최로 2004년부터 2년마다 세계 선수권 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지난해 유스 올림픽에서는 핸드볼 대신 비치핸드볼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브레이크댄싱이 유스 올림픽을 거쳐 2024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처럼, 비치핸드볼도 종합대회 정식종목으로 외연을 넓힐 수도 있다고 핸드볼협회는 보고 있다.

8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비치핸드볼 테스트 이벤트에서 한국 남자 핸드볼 18세 이하 대표 선수들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비치발리볼처럼 선수들은 민소매 유니폼에 짧은 하의 차림으로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비치핸드볼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 진행으로도 팬들의 눈길을 끈다. 경기장 규모가 가로 27m×세로 12m로 핸드볼 코트(40m×20m)보다 작은데다 ‘2점슛’이 존재해 경기 속도가 빠르다. 비치핸드볼은 스카이슛이나 360도 회전슛 처럼 ‘창의적인 플레이’로 득점했다고 심판이 판단할 경우 2점이 주어진다. 수비 반칙시 공격팀에 주어지는 페널티 드로에도 2점을 주는데, 몸싸움을 최소화하고 화려한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핸드볼(7명)보다 적은 팀당 선수 4명이 코트에 서는 비치핸드볼에서는 골키퍼를 겸하는 ‘스페셜 플레이어’ 1명을 두는데, 스페셜플레이어의 득점도 2점이다. 농구처럼 실점 뒤 바로 공격이 가능하기에, 득점한 팀이 방심한 사이 실점한 팀 골키퍼가 상대 골문으로 롱슛을 던지면 2점을 얻는다. 때문에 이날 테스트 이벤트에서도 허를 찌른 롱슛부터 스카이슛, 골대 앞에서 몸을 360도 틀어 던지는 슛 등 2점슛이 여러차례 나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지만 한 손으로 땅짚고 옆돌기를 한 뒤 슛하는 선수도 있었다. 전·후반 60분 동안 팀당 20점 내외로 득점하는 핸드볼과 달리, 비치핸드볼은 한 피리어드 10분 동안에도 한 팀이 20점 가까이 득점하기도 했다.

이벤트에 참여한 대표팀 서민혁(18·무안고)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점이 비치핸드볼만의 매력인 것 같다”며 “늘 하던 플레이가 아닌 새로운 플레이를 하니 더운 날씨에서도 즐겁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자 핸드볼 18세 이하 대표팀의 박창기 코치는 “모래바닥에서 경기를 하는 게 선수들에게 어렵겠지만 그만큼 점프력이나 몸을 회전하는 능력이 발달할 것 같다”며 “저변이 확대되면 엘리트 체육인이 아닌 학생들도 재미있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