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식종목 된 ‘멘털 스포츠’ 브리지 관전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콘트랙트 브리지 게임’에 출전한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 | 김기남 기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콘트랙트 브리지 게임’에 출전한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 | 김기남 기자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은 없었다. 응원소리는 물론, 코칭스태프의 작전 지시도 들리지 않았다. 여러 개의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대표 선수들이 손으로 카드를 뒤집는 소리, 조용한 가운데 느껴지는 긴장감만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브리지 경기장의 풍경은 생소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브리지는 선수들이 2 대 2로 치르는 카드 게임의 일종이다. 2명으로 이뤄진 한 조가 얼마나 높은 점수의 카드를 많이 갖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선수들이 가진 카드 패가 승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정행위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각국의 사진 기자들은 경기 현장에 들어선 뒤 2분 내에 촬영을 마쳐야 했다. 경기장 두 곳 중 한 곳은 아예 취재진 등 외부인의 진입이 금지돼 있었다.

여러 테이블의 경기 상황은 별도의 장소에 만들어진 미디어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집계된다. 적막한 경기장과 달리,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경기 상황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 경기를 치르는 데 보통 2~3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실내에서 앉아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브리지는 나이 많은 선수들도 쉽게 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최고령 선수인 콩 테 양(85·필리핀)을 비롯해 80대 선수 3명이 브리지에 출전했다. 70대 선수도 11명, 60대 선수도 30명이다. 실제 경기장에서도 나이 차이가 많아 보이는 선수들이 원형 테이블에 나눠 앉아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 40개 종목 중 브리지에 유일하게 대표 선수를 내지 않았다.

경기장을 찾은 세계브리지연맹 마자르 자프리 부회장은 “브리지는 멘털 스포츠로서의 가치가 있는 종목”이라며 “선수들이 어떤 패를 쥐고 있느냐보다 매 경기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승패를 자르는 전략적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2010 광저우 대회 때 정식종목이 됐다 사라진 체스, 바둑, 장기와 달리 브리지가 오래도록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