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 동메달
ㆍ‘마지막’ 정진선, 중국에 역전 허용
ㆍ박상영 “형 덕에 이긴 경기 많다”
ㆍ나아름, 여자 도로사이클 ‘첫 금’

정진선이 22일 열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을 마치고 아쉬운 표정으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자카르타 | 연합뉴스

정진선이 22일 열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을 마치고 아쉬운 표정으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자카르타 | 연합뉴스

‘마지막, 그리고 부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치르며 펜싱 남자 에페 대표 정진선(34·화성시청)의 머릿속을 오래도록 떠나지 않았던 말들이다. 그가 공언했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아쉬운 패배로 끝나자, 부담감은 아쉬움과 뒤섞여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정진선과 박경두(34·해남군청), 권영준(31·익산시청), 박상영(23·울산시청)으로 구성된 남자 에페 대표팀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펜싱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단체전 준결승에서 중국에 41-45로 져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6 도하 대회부터 3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던 에페 대표팀은 4회 연속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특히 앞선 세 대회 모두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던 정진선의 아쉬움이 컸다. 경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선 정진선은 “오래 준비했는데 저로 인해 팀에 큰 피해를 줬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진선은 결승전에서 15-13으로 앞선 상황에서 여섯번째 주자로 나서 25-26 역전을 허용했고, 32-32로 맞선 가운데 마지막 아홉번째 주자로 나서서는 중국의 동차오에게 9-13으로 밀려 우승을 내줬다. 지난 19일 개인전에서도 준결승에서 패한 뒤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부담이 돼 몸이 굳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삼킨 터에 단체전에서 이를 만회하지 못해 슬픔이 터져나왔다.

그런 그를 팀의 막내 박상영이 위로했다. 박상영은 정진선을 끌어안은 뒤 “형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안 나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형은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다. 누구보다 많은 짐을 지고 큰 활약을 했다”며 “형 때문에 진 경기보다 이긴 경기가 많았으니 마음의 짐을 덜었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 20일 남자 사브르 개인전 이후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이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겹쳤다.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3연패에 성공했지만, 결승 맞상대이자 금메달을 따면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던 팀 후배 오상욱(22·대전대)을 꺾었다는 생각에 심경이 복잡해진 듯 눈물을 머금었다. 그때도 팀 막내 오상욱은 “저는 정말 괜찮다. 경기 전 서로 뒤끝 없이 멋진 경기를 하자고 했고 서로 치열한 경기를 했다”며 선배를 안으며 위로했다. 아시아 최강인 한국 펜싱의 힘은 그들이 목에 건 메달뿐만 아니라 팀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한편 여자 도로사이클의 나아름(28·상주시청)은 인도네시아 웨스트 자바 수방 일대 도로에서 열린 여자 개인도로에서 104.4㎞ 구간을 2시간55분47초 만에 가장 먼저 통과, 사이클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한국 태권도의 ‘비밀병기’ 이화준(22·성남시청)은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