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린드블럼. 연합뉴스

 

올 시즌 10명 내외 투수가 2점대 평균자책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이 역대급 투고타저의 해로 기록되지는 않을 것 같다. 에이스급 투수들과 그렇지 않은 투수들의 성적 간에 뚜렷한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현재 두산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평균자책 1.95로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1.82) 이후 9년 만의 1점대 평균자책에 도전하고 있다. 린드블럼의 기록도 대단하지만 2점대 평균자책을 기록중인 선수들도 2위 앙헬 산체스(SK·2.24)부터 7위 타일러 윌슨(LG·2.72)까지 6명에 이른다.

여기에 평균자책 3점대 초반인 제이크 브리검(키움·3.06), 유희관(두산·3.08), 박종훈(SK·3.18) 등도 2점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들이 모두 평균자책을 2점대까지 낮추는 데 성공한다면 리그 내 2점대 투수는 10명에 이른다.

시즌을 2점대 평균자책으로 끝난 투수가 두자릿수에 이르렀던 마지막 해는 1993년으로, 당시 2점대 투수는 18명에 달했다. 만약 올해 2점대 초반 투수가 추가로 나타나지 않아 7명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2000년 이후 두번째로 많은 기록이 된다. 2006년에 평균자책 2점대 투수가 9명 나왔는데, 이 해는 투고타저 흐름이 매우 뚜렷했던 때였다. 그 해는 3할타자가 딱 5명 나왔다. 당시 리그 전체 평균자책은 3.59에 불과했다. 2000년 이후 최저일뿐 아니라 연간 평균자책으로도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올해는 그에 못지 않게 2점대 투수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리그 전체 평균자책은 역대 시즌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 아니다. 12일 현재 리그 전체 평균자책은 4.29인데, 시즌 내내 비슷한 추세를 보였던지라 시즌 종료 후 기록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타고투저 현상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의 5.17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과거 투고타저 시즌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원년부터의 매 시즌 리그 평균자책과 대조해보면, 4.29는 상위 20위 안에 끼지 못한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19시즌의 기록만 비교해봤을 때도 올해 리그 평균자책은 10위에 겨우 턱걸이하는 정도에 그친다.

리그 평균 기록이 빼어나지 않은 건, 에이스급 투수들의 활약은 두드러지지는 반면 다른 투수들의 활약은 그에 꽤 많이 못미쳐 벌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리그 소속 팀이 늘고 선수가 늘면서 선수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평균적인 수준의 투수들이 에이스급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띄는 식으로 우려가 현실화됐다.

이 현상이 ‘양극화’로 대변되는 올해 팀 순위 구조와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평균자책 상위 10위에 든 투수들 중 6위 양현종(KIA·2.68)을 뺀 9명은 모두 팀 순위가 5위 이내에 몰려있다. 3점대 이하 투수로 대상을 늘려봐도, 투수 15명 중 양현종과 브룩스 레일리(롯데·3.79)를 뺀 13명은 모두 가을야구 진출 안정권 내지는 5위를 노리는 팀(NC, KT) 소속이다. 에이스급, 혹은 그에 준하는 투수들을 보유한 팀이 상위권을 굳건히 형성하며 좀체 변하지 않는 순위 구도를 만들어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