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동준이 지난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고척 이석우 기자

 

키움이 12일 현재 2019 KBO리그 2위에 오른 데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낸 마운드의 공이 컸다. 시즌 초반 각광받은 최원태-이승호-안우진 ‘영건 트리오’가 주춤한 사이에도 필승조가 기대 이상 단단해져 승리를 지켰다. 여기에 김선기, 신재영 등의 대체 요원들이 빈 자리를 제 때 잘 메워줬다.

‘마당쇠’ 우완 김동준(27)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키움은 선발 경험이 적은 이승호와 안우진, 부상 이력이 있던 최원태에게 번갈아 1군에서 뺀 휴식을 줬다. 외인 선발 제이크 브리검도 예상 밖의 부상으로 시즌 초 두 차례 1군에서 빠졌다. 그 때마다 불펜에 대기하던 김동준이 대체 선발로 나섰다. 언제 투입될지 예측불가한 불펜투수로 던지다가, 5~6일 간격으로 출전하는 선발투수로 나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동준은 불펜에서 대기하다가도 대체 선발로 4~5이닝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며 제 몫을 다했다.

그럼에도 최근 만난 김동준은 “사실 선발 기회가 오는 게 좋긴 좋았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후보에 속해 준비했던 김동준에게 간헐적으로 돌아오는 선발등판은 힘든 한 편 나쁘지 않은 기회였다. 김동준은 “지난 시즌 끝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했고, 캠프 때도 공을 많이 던져 선발준비를 해왔다”며 이것이 올해 더 나아진 비결이라고 했다. 비록 선발 로테이션에는 들지 못했지만, 지난해까지 1군에서 뛴 세 시즌 평균자책이 6점대였던 김동준은 올해 6승(3패)에 평균자책 4.30 투수로 한 단계 좋아졌다.

후반기, 김동준은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뛴다. 안우진이 부상 탓에 1군에 없고 최원태-이승호도 경기마다 기복이 있지만, 최근 선발에 합류해 3경기 3승을 거둔 김선기가 활약 중이고, 신재영도 2군에서 대체 선발로 대기중이다. 김동준도 “당장 선발 기회가 올 것 같지는 않아서 미련은 버렸다. 중간 투수 자리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동준의 키움 마운드내 역할은 분명하고 또 중요하다. 선발이 일찍이 무너졌을 때 긴 이닝을 책임져줄 롱릴리프가 그의 임무다. 8월 3경기에서 모두 1.1이닝 이상 던지는 등 7이닝 1실점(비자책) 투구하며 팀이 추격할 수 있게 길을 열었다. 아쉽게 타선의 추격이 조금 모자라 김동준의 투구가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김동준의 호투로 불펜을 아낀 팀은 다음날 승리를 거머쥐었다.

바뀐 위상에 김동준은 포스트시즌 출전도 꿈꾼다. 그가 입단한 2012년부터 히어로즈는 가을야구 단골손님에 가까웠으나 김동준에게 출전 기회가 돌아오지는 않았다. 김동준은 6월 타구에 손등을 맞아 부상을 당했으나 건강하게 돌아와 롱릴리프로 제 몫을 하고 있어 가을 무대에 설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김동준은 “당연히 나가서, 잘 하고 싶다. 상황 변화에 따라 투구 패턴을 달리하는 방법을 좀 더 익혀 좋은 모습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