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11일 코스피 마감 지수인 2418.67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35% 상승하며 26개월 만에 2400선을 넘어섰다. 이상훈 선임기자

국내 유가증권시장 지수 코스피가 약 2년2개월 만에 2400선을 돌파했다.

1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2.29포인트(1.35%) 오른 2418.67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400선을 넘긴 것은 2018년 6월15일(2404.04) 이후 처음이다. 지난 5일 올해 처음 23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연고점(연중 최고치)도 6거래일 연속 갈아치우면서 이날 또다시 기록을 세우게 됐다.

최근 부동산시장 규제가 강화되자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추가 유입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시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회복을 넘어 과열 양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대인 36조4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 장세 막바지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대폭 오르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달러 약세·부동산 자금 유입
기업 주가 전례 없이 ‘고평가’
카카오게임즈 등 상장 대기
조만간 2500선 돌파 예측도
악재 없이 급락 위험도 상존

지난 3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한 국내 유가증권시장 지수 코스피가 11일 2년2개월 만에 2400선을 돌파한 것은 시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가파른 상승세다. 실적 등이 증명하는 기업의 실제 가치에 비해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점이 지표로도 나타나지만 오름세는 그치지 않는다. 추가 상승이 가능하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주식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

11일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지난 10일 주가수익비율(PER)은 27.63배로 2002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PER은 한 회사의 주가를 특정 기간의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인데, 높을수록 회사의 주식이 실적에 비해 고평가받고 있음을 뜻한다. 거래소의 PER은 직전 4분기(지난해 2분기~올해 1분기)의 실적을 기준으로 삼는다.

미래 실적 전망치를 바탕으로 측정한 PER도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향후 12개월치 실적 전망치를 바탕으로 추산한 미래 PER은 지난 10일 기준 13.08배로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7월(14.46배) 이후 최고였다. 과거 실적으로나 미래 전망치로 보나 현재 코스피 상장사 주가가 전에 없이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코스피가 지난 3월 코로나19 영향으로 1400선까지 급락한 뒤, 6월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할 때도 ‘주가와 실물 경기에 비해 높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만큼 주가가 실물 경기와의 괴리를 넘어 추가 반등하리란 예측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달러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약화됐고 강화된 부동산 규제를 피한 투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급반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의 추가 반등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를 조절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높였던 전략은 이번 국면에서 쓰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며 “주식시장에 대한 매력이 커지고 있어 유동성 장세가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예비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50조원까지 늘어났지만, 시가총액 대비 2.8% 수준으로 1999년의 4% 수준에는 못 미친다”며 “하반기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공모주들이 상장 대기 중임을 감안하면 유동성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조만간 2500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나스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주요 기술주의 최근 12개월 기준 PER이 세 자릿수를 넘어가고 있는데, 코스피 시장 대표주들은 그 정도로 높지는 않기 때문에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그만큼 향후 하락의 크기가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매일 급상승주가 바뀌고 있는데, 이는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이 전날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 종목들을 찾아 대거 사들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며 “코스피가 급격히 오른 만큼 특별한 악재 없이 갑자기 급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주식시장이 과열인 것도 맞지만 상승여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조정기가 올 수 있는데 그 폭이 크지 않을 수는 있다. 다만 투자자들이 유의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