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한현희가 지난달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IA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고척 이석우 기자

 

한현희(26·키움)는 2012년 넥센 입단 때부터 당찬 선수였다. 사이드암 투구폼에서 나오는 최고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은 더그아웃에서 활발한 그의 모습과 잘 어울렸다. 때로는 선발로, 때로는 필승조로 자리를 자주 옮겨가며 팀의 구멍을 메웠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제구 난조를 보이며 불안감을 안겼다. 올 시즌 5월까지의 한현희도 그랬다. 28경기 평균자책이 4.62에 달했다.

6월 이후, 한현희는 달라졌다. 12경기 평균자책 0.73. 필승조 투수에게 중요한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0.89로 6월 이전(1.50)보다 눈에 띄게 떨어졌다. 피안타율도 0.286에서 0.125까지 낮췄다. 조상우의 공백에도 대체 마무리 오주원과 함께 키움 불펜 안정화의 일등공신이 됐다.

7월 첫 등판에서도 호투를 이어갔다. 지난 2일 고척 두산전에서 팀이 6-3으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허경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고 호세 페르난데스-박건우-김재환 등 무게감있는 타자들을 상대했으나 중견수 뜬공과 연속 투수 땅볼로 막아냈다.

어떤 변화가 있던 것일까. 2일 경기 전 만난 한현희는 차분하게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바꿨고,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두가지를 들었다. 한현희는 프로 데뷔 전부터 꾸준히 투구판 3루쪽 끝을 밟고 던지다가, 6월 중순부터 위치를 가운데쪽으로 옮겼다. 같은 옆구리 투수 출신인 마정길 불펜 코치가 조언했고, 선배 오주원과 상의해 내린 결정이었다.

한현희는 6월부터 안경을 쓴채 마운드에 오르고 있기도 하다. 마치 장착하면 능력치가 상승하는 게임 아이템처럼 안경을 쓴 뒤 성적이 올랐다. 한현희는 “작년부터 오른쪽 눈 난시가 심해져 최근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며 “쓰고 벗기를 반복하면 나중에 안경 쓰기가 불편해질까봐 마운드에서도 써버릇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를 잘 하고자 하는 마음에 안경을 쓴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한현희는 “확실히 눈의 피로도가 덜하다”고 했다. 바꾼 투구판 위치에 대해서는 “전보다 던지기 편해졌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 활용을 보다 수월하게 하고 있다는 ‘기술적인 변화’와 함께, 심리적인 안정도 한현희의 호투에 작용한 셈이다.

한편으로 전보다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는 한현희의 모습이 보였다. 한현희는 “지금의 모습이 언제까지고 계속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최근 홀드가 늘고는 있지만 타이틀 생각을 할 단계는 아니다. 매 경기 좋은 결과를 내는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도 감독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던 넉살좋은 예전의 한현희의 모습은 많이 옅어졌고, 이승호·안우진 등 어린 투수들이 활약하는 가운데 프로 8년차를 맞는 키움의 투수조장 한현희가 남아있었다.

고척|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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