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 한용덕 한화이글스 감독(오른쪽)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최하위’라는 낙인만 겨우 면했다. 프로야구 한화는 6월18일 리그 9위로 내려앉은 이후 반등은 고사하고 10위로의 추락을 끊임없이 걱정해야 했다. 끝내 전반기를 최하위로 떨어지지 않은채 마무리짓긴 했으나, 결국 최하위 롯데와의 승차는 ‘0’이 됐다. NC와의 청주 3연전을 모두 내주며 4연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한화의 투·타 지표는 좋지 않다. 문제가 아닌 부분을 찾는 것이 더 빨라보일 정도로 심각하다. 팀 타율(0.250)은 최하위, 팀 득점(413점)은 9위고, 팀 평균자책(4.96)이 9위인 반면 팀 실책은 72개로 롯데(75개)에 이은 공동 2위다. 세부 지표를 살펴봐도 문제점은 적지 않은데, 특히 각 부문의 ‘허리’ 문제가 심각하다.

마운드의 허리인 계투진의 부진이 눈에 밟힌다. 지난해 한화는 팀 타율 8위(0.275)에 그쳤음에도 구원투수진의 맹활약 덕에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지난해 한화의 팀 구원투수 평균자책은 4.28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올해 전반기에는 4.61에 그쳐 6위에 머물렀다. ‘타고투저’ 흐름이 꺾인 올 시즌 구원투수 평균자책이 전년보다 오른 팀은 롯데(5.05→5.37)와 한화 뿐이다.

송은범, 이태양, 박상원 등 지난해 핵심 불펜들은 1·2군을 오갔다. 공격적이지 못한 투구가 이유였다. 한화 불펜진의 9이닝당 볼넷 수는 지난해 3.39(8위)에서 올해 전반기 4.24(4위)로 높아졌고, 지난해 가장 낮았던 불펜 피OPS(0.748)도 올해 4위 수준(0.770)까지 급등했다.

그렇다고 타선이 활로를 찾은 것도 아니었다. 특히 경기 중반 타선의 집중력 저하가 심했다. 한화전 1~3회 타율은 0.272로 전체 4위였다. 그러나 4~6회 타율은 0.231까지 떨어진다. 최하위일뿐만 아니라, 9위 롯데(0.253)와의 격차도 꽤 크다. 7~9회 타율 역시 0.243으로 최하위지만 9위 LG(0.244)와의 격차가 좁다는 데서 중반 침묵하는 타선의 심각성은 두드러진다.

그러다보니 선취점을 뽑고도 도망가지 못하다 경기 중·후반 역전을 당하곤 했다. 전반기 최종전인 지난 18일 청주 NC전이 단적인 예다. 한화는 1회 3안타·1볼넷을 묶어 3점을 먼저 뽑았으나 6회 1점을 추가하는데 그치며 4-7로 역전패 당했다.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도 1회 제라드 호잉의 3점 홈런으로 앞섰으나 추가 득점하지 못하고 3-4로 역전당해 졌다. 선취점을 뽑고도 경기를 리드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드는 건 경기 운용을 더욱 어렵게 한다.

수비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센터라인도 불안했다. 수비의 핵인 유격수 하주석이 개막 첫 주에 부상으로 시즌아웃 당하는 악재와 마주했다. 유격수-2루수 자원이 충분치 않아 유격수 오선진-2루수 정은원은 강경학이 6월 복귀하기까지 거의 교체 없이 경기를 뛰며 체력 부담이 컸다. 시즌 전 주전 중견수로 낙점한 정근우도 부상으로 50일 이상 빠졌을뿐 아니라 외야 수비시 타구 판단에 불안감을 노출했다.

그 여파 때문인지 한화 수비진의 각종 지표는 바닥권이다. 지난해 팀 실책은 공동 6위(99개)였으나 올해 전반기 공동 2위(72개)가 됐다. 내야 안타(88개)도 가장 많이 내줬다. 경기 도중 집중력을 잃은 틈을 타 상대 주자가 추가 진루하는 장면도 잦았다. 한화는 전반기 막바지 정근우를 중견수 대신 1루수로 선발출전 시키고, 3루수가 주포지션인 신인 노시환을 선발 유격수로 내는 등 타개책을 시도하기도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