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폭락 후 폭등’ 2년…가격·수급 조절 왜 못했나

한우 가격이 치솟고 있다. 2012~2013년 한우 가격 폭락과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한우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크게 줄인 탓이다. 예견된 악재였는데도 한우값 폭등을 막지 못하는 것은 사육 마릿수뿐 아니라 월령대가 높은 고기의 구이요리를 선호하는 한국의 식문화와 복잡한 유통구조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릿수 감소와 비싼 수입가격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이유는 크게 줄어든 한우 사육 마릿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301만7000마리이던 한우 사육 마릿수는 지난 3월 247만8000마리까지 줄었다. 2010년대 들어 농가들은 한우 사육을 늘렸고 한우 ‘1++등급’ 1㎏당 도매가는 2013년 1만6000원대까지 하락해 농가들이 타격을 받았다. 이후 각종 FTA 체결이 잇따르며 농가들은 사육 마릿수를 줄였고, 정부도 2012~2013년 한우 암소감축사업을 벌였다. 소비자들이 외국산 쇠고기를 접할 기회는 늘었지만 한우 가격은 하락하지 않았다. 해외 쇠고기 가격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미국 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국산 초이스급 쇠고기 컷아웃(내장만 제거하고 살과 뼈가 붙은 고기)의 1㎏당 가격은 4달러63센트였으나 2014~2015년 6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에서 미국·호주산 쇠고기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구이를 좋아하는 식문화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수급 조절을 통한 쇠고기 가격 안정이 어렵다. 즐겨 먹는 쇠고기의 월령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는 생후 24개월이 안된 송아지를 스테이크로 즐겨 먹는다. 육질이 연하고 지방 함량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반면 한국은 월령대가 27~30개월인, 지방 함량이 많아 ‘마블링’이 좋은 구이용 쇠고기를 고급으로 친다.

해외에서는 쇠고기 가격이 급등하면 송아지를 도축해 시장에 내놓는 것이 가능하다. 송아지는 사육 기간이 짧을뿐더러 국내 구이용으로 쓰이는 27~30개월 소보다 사육·도축 비용이 적게 들어 수급 조절도 용이하고 농가의 출혈도 적다. 반면 한국은 월령대가 높은 구이용 고기에 대한 선호가 높다 보니 가격 안정을 위해 한우 사육수를 늘린다 해도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 위주의 유통 구조

한우 유통의 키를 대형 유통업체가 쥐고 있는 점도 수급 조절을 어렵게 하고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의 한우 판매가격은 도축 당시 가격에 40% 이상의 마진이 붙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직거래를 통한 한우 구매는 흔치 않다.

유통업체는 한우 유통에서 절대적 파워를 자랑한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한우 선물세트 구성도 대부분 유통업계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우의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생산자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우 농가와 양계 농가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는데도 농협중앙회의 축산경제대표가 이들을 함께 담당한다”며 “한우 수급만 별도로 관리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