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박병호. 키움히어로즈 제공

 

“감독의 엉뚱한 생각에 항의라도 하는 것처럼 잘하네요.”

장정석 키움 감독은 4번 박병호만 생각하면 든든하다. 홈런포가 기대한만큼 나오지는 않는 것 같더니 어느새 지난 11일 수원 KT전에서 올 시즌 가장 먼저 10호 홈런 고지에 오른 선수가 됐다.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T전에 앞서 장 감독은 박병호의 활약에 대해 “항의라도 하는 것 처럼 잘한다”며 미소를 멈추지 못했다.

장 감독이 언급한 ‘엉뚱한 생각’은 박병호를 2번 타순에 배치해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스프링캠프 때의 구상이다. 메이저리그 등에서 홈런 타자들을 2번 타순에 배치하는 ‘강한 2번’이 각광받기 시작했고, 키움 역시 캠프 연습경기 때 박병호를 2번 타순에 배치하며 실험을 벌였다. 장타력뿐 아니라 출루 능력, 덩치에 비해 빠른 주루능력까지 갖춘 박병호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타석에 들어서게 한다는 게 ‘2번 박병호’ 구상의 골자였다.

그러나 정규시즌 개막과 동시에 2번 박병호는 자취를 감췄다. 장 감독은 “시범경기를 치르며 박병호의 루틴을 관찰한 결과 2번 타순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구상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박병호는 주로 3번 타순에 기용되기 시작했다. 강타자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타석에 서면 팀 타선 생산력이 높아질 수 있으리란 생각에 찾은 나름의 절충안이었지만, 장 감독은 “3번에서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다고 코칭스태프가 회의를 통해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박병호를 다시 4번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박병호는 다시 이전의 명성과 기대만큼의 모습을 찾아갔다. 3할대 중반의 높은 타율을 유지한 것은 물론이고 홈런수도 조금씩 늘려갔다.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치른 5경기에서 4홈런을 때려냈고, 다시 지난 7·8일 2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해 홈런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어 11일 경기 8회 리그에서 가장 먼저 10호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9회에도 연타석 홈런을 작렬했다.

그렇다면 제 페이스를 되찾은 박병호가 다시 2번 타순에 들어서는 일은 없을까. 장 감독은 “아마 박병호가 2번에 들어서면, 일부러 잘 못치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박병호에 대해 “시즌을 치르며 박병호에 대해 걱정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지만, 걱정할 게 있겠냐. 성실하고 배울게 많은 선수”라며 칭찬을 끊이질 않았다.

수원|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