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덕분입니다.”

시즌 전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KT는 2018시즌 프로야구 초반 예상밖 선전 중이다. 시즌 초반 성적이 좋았던 건 지난해도 마찬가지였지만 올해는 장타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9일 현재 12경기에서 쏘아올린 홈런이 25개. SK에 이어 팀 홈런 2위다. 2루타와 총 루타수 역시 KIA에 이어 2위, 득점은 공동 1위다.

황재균·강백호가 새로 타선에 가세하기도 했지만, 이지풍 트레이닝코치(40)의 역할도 적지 않다. 넥센에서 ‘벌크업’ 바람을 일으킨 이 코치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넥센을 떠나 KT에 합류했다. 겨우내 선수들의 성공적인 몸만들기 소식이 들렸다. 기대대로 타선에서 장타가 쏟아지자 ‘이지풍 매직’ 덕분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KT 선수들이 지난 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사진 = KT 위즈 제공)

지난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 코치는 최근 KT가 선전하는 이유를 ‘자신감’에서 찾았다. 그는 “원래 제가 주력하는 분야는 ‘몸’보다는 ‘멘털’”이라며 “몸이 좋아지면 자신감이 생기고, 선수들의 멘털도 강해진다”는 평소 지론을 강조했다. 겨우내 식단을 조절하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키우면서,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도 올해 뭔가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했다.

여기에 귀중한 경험이 더해졌다. 이 코치는 “준비는 잘 했지만, 3년 동안 최하위를 한 팀이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두산을 상대로 한 대역전승이 큰 도움이 됐다. 0-8로 뒤지다 ‘한이닝 만루홈런 2개’를 포함해 20-8로 역전하면서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 코치는 “KT가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한덕현 멘털 닥터(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덕을 봤다”고도 했다. 한 교수는 선수들의 사적인 부분까지 상담하며 심리적 안정에 기여했다.

‘코치들의 자신감’도 또다른 요인이다. 이 코치는 “기술 훈련이 짧아졌고, 덕분에 많은 시간을 트레이닝에 할애할 수 있었다”며 “투수·타격·수비 등 다른 분야 코치님들이 자신의 코칭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그 덕에 짧고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제 KT는 ‘발사각’을 중요시하는 최신 타격 이론을 바탕으로 뜬공을 만드는 훈련을 겨우내 진행했다. 코치들이 최신 이론에 관심을 기울이며 공부했고, 또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다. 이 코치는 “김진욱 감독님도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지론 아래 선수들의 몸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주셨고, 덕분에 트레이닝코치로 제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이 코치의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이 코치는 특히 강백호를 극찬했다. 이 코치는 강백호에 대해 “프로야구 팀 트레이너 생활 15년동안 가르쳐 본 신인들 중 야구 IQ가 가장 뛰어나다. 이해력, 습득력, 자신감 모두 뛰어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체는 더욱 좋아질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강백호는 향후 더 기대되는 선수”라며 “백호에겐 ‘선배들에게 잘 하라’고만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아직 남은 시즌은 길지만, 이 코치가 강조한 과학적·체계적 훈련은 야구계에 이미 전보다 더 많이 뿌리내렸다. 그가 거친 넥센, 현 소속팀인 KT뿐 아니라 여러 팀의 많은 선수들이 벌크업을 비롯한 몸관리에 더욱 관심을 쏟았다. KIA도 넥센 시절 이지풍 코치의 몸관리를 받은 서동욱이 2016년 합류한 직후 선수들 사이에 체계적인 몸 관리 문화가 자리잡았다. 이제 어느덧 선수들에 대한 과학적 몸관리는 이지풍 코치만의 무기가 아니게 됐다. 그럼에도 그는 “선수들의 희생·투혼만큼이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수 관리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T 이지풍 트레이닝코치. KT 위즈 제공


(사진 = KT 위즈 제공)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