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친 두산 정상호(왼쪽)와 이흥련. 두산베어스 제공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의 승패와 눈에 띄는 기록이 정규시즌에서의 성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지만, 좋은 결과는 다가올 정규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백업 멤버를 놓고 고심하던 두산에게 포수들의 연일 맹타는 분명 희소식이다. 주전포수 박세혁의 뒤를 받칠 백업 자리를 놓고 포수들의 방망이가 무섭게 돌고 있다.

두산은 지난 25일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와의 연습경기에서 이흥련의 역전 3점 홈런에 힘입어 8-7 역전승을 거뒀다. 다음날 일본 요미우리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도 2-0으로 이기며 연승을 달렸는데, 결승 홈런이 정상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일단 두 포수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다. 입을 모아 “지금 친 홈런은 크게 의미있는게 아니다”며 투수리드를 포함한 포수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백업 포수 자리를 놓고 고심하는 두산 벤치에게는 두 포수의 맹타가 반갑다. 한창 달아오른 방망이가 정규시즌 때 급격하게 식지만 않는다면 두 포수에게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호와 이흥련 모두 수비에서는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정상호는 부상이 잦다는 약점이 있지만 SK와 LG에서 쌓아온 많은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이흥련 역시 2014년과 2016년 삼성에서 각각 80경기 넘게 출전하며 백업포수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미래 안방마님으로도 꼽혔을만큼 여타 백업포수들 중에서는 경험이 적지 잖은 편이다.

이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할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타석에서도 연습경기 같은 장타가 가끔씩이라도 터져나온다면 백업 포수로는 금상첨화다. 이들의 타격이 나쁘지 않다면 지난해 거의 쉼없이 시즌을 치렀던 박세혁에게 더 많은 휴식을 부여하며 운용할 수 있다.

2018년 두산이 양의지을 주전으로 쓰면서 박세혁에게도 번갈아 마스크를 씌울 수 있던 건 박세혁의 타격 능력과 빠른 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에는 박세혁을 주전 포수로 키우기 위해 많은 경기에 내보냈으나, 백업 요원들과 박세혁의 타격 차이가 꽤 컸기에 박세혁에게 출전이 집중된 측면도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박세혁의 출전 비중을 올해는 조금 줄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두 포수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타격감까지 살아나는 게 두산 입장에서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현실적으로 한 시즌 내내 포수 3명을 엔트리에 채워넣기는 쉽지 않다. 현재로선 주전 포수 박세혁에 그를 뒷받침할 백업 포수 한 자리가 1군 포수 자리일 것으로 보인다. 두 포수가 타석에서 함께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인다면 경쟁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진다. 이 가운데서 주전 박세혁도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다면 정상호 영입으로 촉발된 두산의 포수 경쟁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