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김기춘·조윤선 자택 등 동시다발 압수수색

<b>김기춘의 압수물들</b> 2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압수물을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춘의 압수물들 2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압수물을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0) 자택, 정부세종청사 문체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를 본격화했다. 두 사람은 청와대 재직 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55)이 연루된 문체부에 대한 각종 인사 압력 의혹도 받고 있다.

반정부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 계획은 2014년 10월부터 모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한 뒤, 지난 1월에는 “영화계 좌파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가 26일 보도한 예술계 인사 48명과 단체 43개의 이름이 들어 있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 일부.  SBS 보도 캡처

SBS가 26일 보도한 예술계 인사 48명과 단체 43개의 이름이 들어 있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 일부. SBS 보도 캡처

이 지시를 받고 블랙리스트 작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조윤선 장관이다.

조 장관은 당시 정무수석실의 정관주 국민소통비서관(52)과 함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뒤 교육문화수석실, 문체부 순으로 하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에는 현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 9473명의 명단이 적혔다. 조 장관은 지난 9월 초 장관으로 임명되고 한 달 뒤 문체부 관계자를 시켜 서울 서계동 집무실에 있는 자신의 컴퓨터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지난 12일 김 전 실장, 조 장관을 고발했다.

특검은 김종 전 차관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날 그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조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언급한 문체부 공무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블랙리스트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문체부 예술정책과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정관주 전 비서관도 27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작성 의혹…몸통 색출 나선 특검

문체부에서 벌어졌던 여러 인사농단 의혹들도 특검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2014년 10월 김 전 실장이 김희범 당시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의 퇴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 혐의로 지난달 김 전 실장을 입건했으나 그에 대한 소환조사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만나 김 전 실장의 인사 개입과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최순실씨(60) 딸 정유라씨(20)의 2013년 승마대회 판정 시비를 감사했던 노태강 당시 체육국장이 대기발령된 점도 의혹으로 남아있다. 노 전 국장은 그해 7월 승마협회 내부 최씨의 측근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냈는데, 그해 8월 박 대통령이 유진룡 당시 장관에게 노 국장을 가리켜 “나쁜 사람”이라 칭한 뒤 인사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이 2014년 3월 자신의 측근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앉혀달라고 김 전 실장에게 청탁한 것도 수사 대상이다.

윤승민·박광연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