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두산 린드블럼이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KBO리그 각 포지션별 최고 선수가 수상하는 골든글러브. 2019시즌에는 수상의 영광을 안은 외인 선수가 4명에 달했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리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한 이들을 내년 시즌 거의 한국에서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처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이 한국 팀과 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4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시상식 현장을 찾은 두산 조쉬 린드블럼은 이미 미국 진출이 기정사실화 된 상태였다. 이미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관심을 표명한 상태에서 한국 땅을 밟은 것도 한국과 작별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이뤄진 일이다.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음에도 미리 계획한 의료봉사와 일정이 겹쳐 현장을 찾지 못했던 린드블럼은 봉사 일정이 끝나자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에는 깜짝 팬사인회까지 열었다.

결국 12일 린드블럼이 밀워키와 3년 총액 910만달러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역시 KBO리그에서 뛰다 애리조나와 최대 4년 1450만달러(보장 2년 550만달러)에 계약한 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메릴 켈리와 비슷한 규모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데다 한국에서의 활약이 켈리에 뒤지지 않는 린드블럼은 결국 순조롭게 계약을 마치고 또다른 외인 역수출 사례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외야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제리 샌즈도 원소속팀 키움과의 재계약이 요원한 상태다. 린드블럼만큼 해외 구단과의 연결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시즌 중 일본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많았다. 시즌 후 키움은 샌즈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키움이 샌즈에게 구단이 제시할 수 있는 계약 규모를 전달했으나, 샌즈는 ‘불만족스럽다’는 의사 외에는 역으로 계약금액을 제시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키움은 투수 에릭 요키시, 제이크 브리검과 순차적으로 재계약을 마친 상황에서도 샌즈 측의 태도가 바뀌지 않자 대체자 영입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후보를 2명까지 추린 상태다. 샌즈와의 협상이 장기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구단도 제시한 것 이상의 금액을 올리는 것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영입할 수 있는 대체자에 눈을 돌렸다. 키움이 조만간 대체자를 데려오면 외인 선수 세 자리를 모두 채운 키움과 샌즈도 공식적으로 작별하게 된다.

지명타자 수상자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는 최근 급변한 상황으로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역대 최다안타 2위(197개)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최다안타왕을 차지했지만, 두산의 4번을 맡아온 김재환이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간 외인 타자 잔혹사에 시달렸던 두산에게 페르난데스의 활약은 인상적이었으나, 외인 타자 자리를 페르난데스보다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로 채워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검증된 타격은 강점이지만, 두산은 한 시즌 내내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최종 계약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뛴 세번째 시즌에서야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은 KT 멜 로하스 주니어는 다른 세 명에 비해 한국 잔류 확률이 높게 관측되고 있다. 로하스는 시상식 결과 후 구단을 통해 전한 메시지에서 “내년에도 KT 위즈와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한국에서 부쩍 몸을 키우고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던 로하스를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도 여전히 있다는 게 변수다. 로하스는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윈터미팅에 참가중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