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월급을 빼돌려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이 지난해 8월4일 서울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보좌진 월급을 빼돌려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이 지난해 8월4일 서울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보좌진의 월급을 빼돌려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65)이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심형섭 부장판사)는 3일 이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해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회계보고 누락 등에 대해서는 징역 6월,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이 의원에게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하고 불법적으로 받은 정치자금 2억6137만여원을 추징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8대 의원이던 2011년 7월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통영시 사무실에서 9급 비서로 일하던 김모씨(44)를 4급 보좌관으로 임용한 뒤 김씨에게 ‘4급 보좌관 급여와 9급 비서 급여 간 차액’을 자신의 회계책임자인 또다른 비서 김모씨(35)에게 보내도록 했다. 비서 김씨는 보좌진 3명의 급여 차액을 이같이 관리하며 2015년 12월까지 2억4637만여원을 빼내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 등 정치자금으로 썼다. 이렇게 모은 정치자금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이 의원의 정치자금 지출 계좌가 아니라 비서 김씨의 계좌로 관리했고, 선관위에 해야 할 회계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또 2011년 5월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허모씨(65) 등과 충남 보령시의 한 리조트에서 골프모임을 하면서 받은 후원금 명목의 1500만원도 불법 정치자금이라며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좌직원의 급여를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으로 인식하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 개정 권한과 그에 따른 의무를 지닌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자금과 관련된 기초적인 법률조차 지키지 않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인 점, 이 사건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진 후 자수서를 제출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다만 이날 이 의원직이 선고받은 형량은 의원직 상실에 해당한다. 불법 정치자금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로 인정받아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의원의 경우 의원직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재판을 마친 뒤 이 의원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자리를 떠났다. 이 의원의 변호인은 “항소 여부를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이 의원의 회계 책임자 비서 김씨는 벌금 700만원을, 보좌관 김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동창 허씨는 5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출신인 이 의원은 경남 통영시·고성군 지역구에서 17대부터 4선 의원을 역임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