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선수들이 지난 1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KGC인삼공사전에서 서로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여자배구 현대건설은 2018~2019시즌 V-리그 개막 11연패에 빠져 휘청거렸다. 중반 이후 반등하며 탈꼴찌에는 성공했지만 자존심에는 큰 상처를 입었다. 자존심 회복을 노렸지만 올 시즌 기대치가 크지는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 레프트 고예림을 잡은 것만으로 전력이 급상승하리라 믿긴 어려웠다. 재계약한 외인 공격수 마야(1m86)가 다른 팀의 2m 이상 장신들과의 대결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2라운드에 막 돌입한 2019~2020시즌 현대건설은 딱 일년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 흥국생명, 1라운드 전승에 빛나는 GS칼텍스와 대등한 성적으로 상위권에 올라있다. 지난 16일 KGC인삼공사와의 수원 홈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승점 17점(6승2패)으로 선두에도 올랐다. 순위보다 더 인상적이었던건 이날 현대건설의 경기 내용이었다.

현대건설은 1세트를 따낸 뒤, 2세트도 19-15로 앞서다가 상대 외인 공격수 디우프를 막지못해 21-25로 역전패했다. 3세트도 11-18까지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끝내 역전에 성공했다. 주장 황민경이 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접전 상황에서 양효진의 타점 높은 공격이 인삼공사 코트 빈 곳에 절묘하게 꽂혔다.

지난 시즌 초반의 연패 분위기였다면 당연히 패배로 직결될 상황에서, 현대건설은 3세트 역전의 기세를 이어 끝내 승리를 따냈다. 그만큼 뒷심이 좋아진 것이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도 경기 후 3세트 상황을 복기하며 “5점차 정도 우리가 뒤지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5점 차이밖에 안난다’고 이야기 하더라. 그만큼 선수들이 지난해와 다른 분위기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팀 득점 1·2위를 기록한 양효진(24점)과 황민경(16점)도 달라진 팀 분위기를 전했다. 양효진은 팀의 기둥이자 지난 시즌 주장이었고, 황민경은 올 시즌 새로이 주장을 맡았다. 황민경은 “지난해보다 버티는 힘이 좋아졌다. 선수들이 블로킹하고 수비하고 반격하는 힘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양효진이 이끄는 센터진에 비해 날개 공격수들이 약하고 수비도 불안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그 점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리시브·디그 등 팀 수비지표가 6개팀 중 5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는 16일 현재 4위까지 올랐다. 비약적인 향상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황민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특히 리시브를 정확하게 받아주는 부분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전세터 이다영이 대표팀 차출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한 시간이 수비 향상에는 도움이 됐다. 황민경은 “컵대회 때, 백업인 (김)다인이가 세터를 봤기 때문에 리시브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며 “그 때 수비가 많이 좋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9월 이다영·양효진이 빠진 가운데서도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양효진은 “개인 기량이 좋아진 선수들도 많이 있다”며 “(정)지윤이도 지난 시즌보다 더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신인 (이)다현이도 쓰임새가 있다. 알게 모르게 각자 제 몫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주장인 황민경에 대한 칭찬도 건넸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 마친 뒤 주장직을 내려놓으려 했던 건 민경이가 있기 때문이었다”라며 “워낙 밝은 선수고 동료들을 잘 챙겨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잘 하고 있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