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평소 같으면 진 날 다음에 화가 나서 더 던지려고 했을텐데, 오늘은 너무 힘드네요.”

1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2019 KBO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전날 1차전에 선발등판했던 SK 김광현(31)은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김광현은 SK 에이스의 중책을 맡아 1차전 선발로 나섰으나 5이닝만에 92구를 던지고 교체됐다. 혼신의 전력투구를 했으나 6회에 들어가기 전에 투구수가 90개를 넘겼고, 엄지발가락까지 까져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김광현은 “6회에도 올라가 타자 한 명을 출루시키면 마운드에서 내려가겠다고 코칭스태프에 말했는데 일찍 마운드를 내려오기로 결정났다”면서 “만약 투구수가 90개를 넘지 않았다면 6회에도 올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닝에 비해 많은 투구수가 김광현의 피칭을 5회에서 멈추게 한 요인이었다.

초반 빠른 공을 높은 코스에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려했는데, 키움 타자들이 빠른공을 커트해 파울로 만든 통에 투구수가 늘었다. 김광현의 1회 투구수는 24개에 이르렀다. 김광현은 “키움 타자들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에 야구를 했고, 저도 많이 쉬었기 때문에 빠른공 승부가 통할 것이라고 봤다”며 “그만큼 키움 타자들이 잘 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빠른 공을 많이 던졌기에 슬라이더로 많은 헛스윙을 이끌어냈다”고 복기했다. 김광현은 이날 삼진을 8개나 솎아냈다. 플레이오프 최다 삼진 기록(43개)도 경신했다.

전력을 다한 투구가 팀의 승리와 직결되지는 않았지만 김광현은 덤덤한 마음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 했다. 많은 힘을 쏟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팬들의 메시지가 김광현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지난해쯤인가, 전광판으로 팬들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됐다. 그 때 한 팬이 ‘열심히만 해준다면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한다’고 말한 것을 봤다. 그 때 마음 속에 ‘꼭 이겨야겠다’는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전에는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이제는 다르다. 이제는 ‘져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긴장을 풀고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며 “오히려 그랬더니 지난해와 올해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시야도 넓어졌다. 김광현은 “수원에서 합숙하고 있을 다른 선수들도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프리미어 12 국가대표로 뽑힌 김광현은 포스트시즌을 마치면 국제대회 등판도 준비해야 한다. 김광현은 “국제 대회에서도 잘 던져야겠다는 점을 신경쓰고 있다”면서도 “당장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 내일 푹 쉬고, 3차전부터는 언제든 등판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학|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