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LG에 승리한 키움 선수들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 KBO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SK나 키움 모두 막강한 중심타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민은 있다. SK는 테이블세터가, 키움은 하위타선이 살아나야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SK가 9월 이후 5할도 안되는 승률(0.444·8승10패)로 부진했던 원인은 여럿이 있지만 그 중 타선 부진을 빼놓을 수 없다. 9월 이후 SK의 팀 타율은 0.236으로 8위에 그친다.

타선을 놓고봤을 때 아쉬운 부분은 한둘이 아니겠지만, 공격에 물꼬를 터야 할 상위타선의 부진이 특히 뼈아프다. 테이블세터 후보인 노수광이 9월 타율 0.172, 김강민이 0.222, 한동민이 0.156에 각각 그쳤다. 9월 2번 자리에 수차례 들어섰던 고종욱이 타율 0.263으로 겨우 체면치레를 한 정도지만, 시즌 초반 5·6번을 맡았던 고종욱을 2번으로 당겨오는 건 고육책에 가까웠다.

보통 3번을 맡아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의 연결고리를 했던 최정의 9월 타율도 0.224로 아쉬웠다. 상위타선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하니 전체적으로 득점력이 부진한 결과가 초래됐다.

지난해 가을 주로 1·2번에 배치됐던 김강민과 한동민은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일등공신이었다. 출루만 한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장타를 터뜨려 SK에 극적인 승리를 안겼다. 홈런이 전보다 줄어든 올해에는 출루 및 주루라는 본연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상위타선의 타격감 부활이 SK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키움은 타격 각 부문 타이틀을 따낸 선수들이 포진한 상위타선에 비해 하위타선이 헐거운게 아쉽다. 지난 10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때 막판 타선 폭발로 10-5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상하위 타선의 성적은 뚜렷하게 대조됐다.

이날 키움의 안타 10개 중 8개가, 타점 9점 중 7점, 득점 10점 중 9점이 1~5번 타순에서 나왔다. 타점의 경우 6번타순의 2타점이 대타로 딱 한 타석 들어선 박동원에게서 나왔을 정도로 선발출전한 하위타선은 침묵했다. 키움은 준PO 시작부터 선발 3루수 및 좌익수에 물음표가 달려있었는데, 3루수에 김웅빈과 송성문을, 좌익수에 김규민을 선발로 각각 내왔으나 뚜렷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정규시즌에서는 박동원과 이지영이 중요한 순간 한 방을 날리는 하위타선의 복병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박동원은 무릎 부상을 안고 있어 제 컨디션으로 풀타임 출전을 하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출전이 가능하다 해도 박동원이나 이지영이나 투수 리드에 더 많은 공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하위타순 타자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지난해 넥센(현 키움)의 가을야구 돌풍은 임병욱, 송성문 등 기대치 않았던 하위타순의 폭발이 있어 가능했다. 올해 준플레이오프는 기대 이상으로 잘 버텨준 불펜진에 힘입어 승리로 마무리했지만, 불펜진의 버티기가 어려워지면 하위타순에서 득점의 맥이 끊기는 현상이 해결돼야 이길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