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총리 후보 모디의 야당연합, 총선서 하원 과반수 전망
ㆍ구자라트주 경제 살린 전문가… 서민 살찌울지 관심
ㆍ힌두 민족주의 성향 탓 무슬림·주변국과 갈등 우려도

5주에 걸친 인도 총선 투표 일정이 지난 12일로 마무리됐다. 투표 마지막 날 인도 언론들의 출구조사 결과 수치는 조금씩 달랐지만,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이 이끄는 정당 연합인 국민민주연합(NDA)이 하원 의석 543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리란 예상이 주를 이뤘다. 이에 따라 인도는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눈앞에 두게 됐다. 현재 하원 최대 정당인 국민의회당 대신 친기업·힌두 민족주의 정권이 들어서면 인도에 많은 변화가 예견된다.

인도 증시 연이틀 최고치 경신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의 주식 중개인들이 13일 거래소 사무실에서 주가지수인 센섹스지수의 상승을 모니터로 확인한 뒤 두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센섹스지수는 이날 1.36% 상승해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뭄바이 | AP연합뉴스


■ 구자라트주 살린 ‘경제전문가’, 인도 경제 해법은 미지수

인도국민당의 총리 후보 나렌드라 모디는 ‘왕자’ 라훌 간디 국민의회당 후보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내세웠다. 차 노점상의 아들이 구자라트주 총리까지 오른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그러나 모디의 진짜 강점은 그가 구자라트주 경제를 활성화시켰다는 것이다. 모디는 토지 문제와 주민 반발로 인도 다른 지역에 투자를 망설이던 해외 기업을 적극 유치했다. 그 결과 해외 투자뿐 아니라 타타자동차 등 인도 대기업 공장도 구자라트에 들였다.

반면 최근 들어 인도 경제는 침체기였다. 2010년만 해도 10.7%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4%대에 머물렀다. 모디가 이끄는 정당 연합의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은 인도 경제지표도 움직였다. 12일 인도 주가지수인 센섹스지수는 전일 대비 2.42%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도 약 10개월 만에 최고였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취약(fragile) 5개국’ 중 하나로 지목받았던 인도가 다시 투자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모디가 인도 서민들의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 총리 재임 시에도 모디의 구자라트주는 교육·빈곤·영양 수준은 인도 29개주 가운데 평균 이하였다. 지난달 7일 발표한 모디의 공약에는 구체적인 경제성장 전략보다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정책들이 주를 이뤘다.

■ 부패 해결 전망, 그러나 무슬림과의 갈등 우려

인도 국민들은 현 정권의 부패 스캔들에 실망했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아마드미당(AAP·보통사람당)의 아르빈드 케지리왈이 돌풍을 일으킨 이유다. 모디와 인도국민당 역시 부패 척결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국민의회당은 자와할랄 네루-마하트마 간디의 후손들이 이끌었다는 점에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가족정치와 내각 구조의 고착화가 부패를 일으켜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반면 공식적으로 가족이 없는 모디는 자신이 부패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간 구자라트주에 대규모 부패 스캔들이 없던 점도 모디가 반부패를 외칠 근거가 됐다. 

김찬완 한국외대 국제지역학대학원 교수(인도학)는 “그간 견제와 균형이 약화돼온 정부 구성이 새로워지면 모디가 강한 반부패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 인도 내의 힌두교 신자와 무슬림들 간의 갈등을 일으키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무슬림은 인도 인구의 13.4%(약 1억4000만명) 정도지만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은 적잖은 피해를 냈다. 모디는 구자라트주 총리 재임 초인 2002년 발생한 ‘고드라 열차화재사건’에서 무슬림 약 2000명이 죽은 데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모디는 파키스탄과의 영토 분쟁 지역인 잠무 카슈미르에 자치를 부여한 헌법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 힌두 민족주의 등장과 함께 바뀔 외교 지형

모디의 등장은 국내 갈등뿐 아니라 외교 관계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 정권에서 잦아들었던 파키스탄과의 갈등 여부가 주목된다. 2004년 포괄적핵실험금지협약에 함께 가입한 이래 인도와 파키스탄은 갈등하기보다는 경제 등을 위해 협력했다. 그러나 인도 힌두 민족주의 정권의 등장에 “정부는 향후 인도 정부와의 관계 예측이 불확실해 정치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파키스탄 일간 돈이 전했다.

인도가 아시아의 또 다른 강국인 중국과 대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디는 지난 2월 중국과의 국경 분쟁 지역인 아루나찰 프라데시주를 방문할 당시 “중국은 확장주의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찬완 교수는 “과거 친밀했던 일본-인도 관계가 더 강화되면서, 중국과 인도가 소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디는 해외 기업 유치 과정에서 일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에 침체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한 모습이 닮아 모디는 종종 “인도의 아베 신조”로 일컬어지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