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5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유일하게 증인으로 나온 윤전추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37)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 행적과 관련, 기존 청와대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주력하는 듯 했다. 윤 행정관은 시종일관 “기억나지 않는다. 말하지 못한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재판부가 “피청구인(대통령)을 위해 충분히 말해달라”고 권할 정도였다.

윤 행정관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쯤 관저 직원이 급하다며 자신에게 건넨 서류를 관저 내 집무실 앞에서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후 안봉근 당시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관저 집무실로 뛰어들어가는 걸 봤다고 했다. 이는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에서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에 대한 서면보고를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한 발언을 뒷받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 행정관은 이후 박 대통령이 평소보다 짧게 점심 식사를 마쳤고, 오후에 정호성 당시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도 관저 내 집무실을 찾았다고 기억했다. 이 역시 정 전 비서관이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독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가자고 권유했다고 한 종전 발언에 맞춰진 것이다.

이날 과거 자신의 업무에 대해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는 자세를 일관하던 윤 행정관이 3년가량이 지난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을 두고 소추위원 측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시일이 흘러 잘 기억하기 쉽지 않음에도 세월호 당일 사항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기억하고 진술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윤 행정관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진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윤 행정관은 최순실씨와 대통령 의상 업무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최씨를 만나기 전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으로부터 ‘돈(의상비)을 의상실에 갖다 주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소추위원 측은 “모순되는 증언을 하고 있다”며 위증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의 의상비가 최씨로부터 받은 뇌물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이를 무마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윤 행정관은 소극적인 답변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 “대통령의 모든 업무는 보안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한철 헌재 소장은 “(대통령의 사적 영역을 보좌하는) 업무는 법적으로 증언을 거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일원 주심 재판관도 “증언 내용이 본인의 범죄혐의가 되는 부분만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피청구인을 위해 객관적인 사실은 충분히 말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곽희양·윤승민 기자 huiyang@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