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검찰·특검팀 중립성 의심” 법률적 쟁점 무관한 주장
ㆍ수사기록 증거능력 부정도…헌재 “형사소송 아니다”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기 위해 애썼지만 재판부가 이를 기각했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 법률적 쟁점과 무관한 ‘색깔론’ 공세까지 펼쳤다. 

■ 검찰·특검 비난한 박 대통령 측 

박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73·사법연수원 3기)는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변론에 출석해 “검찰 수사발표를 한 이영렬 검사장(특별수사본부장)은 노무현 정부 때 사정비서관을 지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스스로 거듭된 소환 요구에 불응한 검찰 조사에 대해 “대통령이 (방어권에 대한) 적법 절차를 보장받지 못했다”면서 “검찰 공소장을 탄핵 사유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내놨다. 

이에 대해 헌재 재판부는 “공소장은 어떤 사실에 대해 어떤 사람이 기소된 것을 증명할 뿐 ‘공소장에 적힌 사실이 사실이다’라고 생각하는 재판관은 한 사람도 없다”며 박 대통령 측 주장을 일축했다. 

서 변호사는 또 “특별검사법은 전례와 다르게 야당만 검사를 추천하도록 돼 있어 정치적 중립성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향후 특검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 등이 새롭게 드러날 것을 우려해 사전 방어조치를 취한 것이다. 


■ 촛불집회 폄훼 발언까지 

대통령 대리인단 측에서는 탄핵심판의 발단이 된 ‘촛불민심’을 폄훼하는 발언도 나왔다. 서 변호사는 “촛불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라며 “광화문 집회의 주도세력은 민주노총이고, 대통령을 조롱하는 노래를 작사·작곡한 사람도 김일성 찬양 노래를 지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 주도세력이 헌재에서 정당해산이 결정된 통합진보당 세력과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도 폈다. 집회 중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구호가 나왔다는 것이 이유다. 서 변호사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자 박 대통령 측 단장격인 이중환 변호사가 자리에서 연거푸 일어나 제지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변론 종료 후 이 변호사는 서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다”며 대리인단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1982년 공안당국의 국가보안법 조작사건인 ‘부림사건’ 1차 판결에서 이호철씨(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변호사 개업 후 그는 해당 재판에 대해 “잘못 판단한 판결이었다”고 말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대통령 측이 탄핵소추 사유와 무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박한철 헌재 소장마저 “할 말이 더 있으면 서면으로 해달라”고 했다.

■ 헌재 “형사소송 아니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탄핵심판 사유는 대부분 형사법 위반이다. 피청구인(대통령)의 형사법 위반이 전제돼야 탄핵을 결정할 수 있다”며 “형사법 위반 소추사유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재판부에 직접 보고된 내용 외에 서면 등의 증거는 사용하지 못한다)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불법행위가 적나라하게 기록된 검찰 수사기록이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형사소송 절차를 탄핵심판에 적용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기록 검증과 증인 신문 등을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재판이 지연되고 국정 공백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재판부는 “이 재판은 탄핵심판이지 형사소송이 아니다”라면서 “형사사건과 혼동해서 변론의 쟁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해주면 좋겠다”며 박 대통령 측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곽희양·윤승민 기자 huiyang@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