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 프리스타일 스키 구스 켄워시

구스 켄워시가 지난 14일 미국 콜로라도주 스노매스에서 열린 그랑프리대회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종목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대 위에서 미소 짓고 있다. 스노매스 | AFP연합뉴스

구스 켄워시가 지난 14일 미국 콜로라도주 스노매스에서 열린 그랑프리대회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종목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대 위에서 미소 짓고 있다. 스노매스 | AFP연합뉴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그에겐 ‘유기견 보호 활동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가 이번엔 ‘게이 스키선수’로 2018 평창 올림픽 무대에 도전한다. AP통신은 미국 올림픽 대표에 도전 중인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구스 켄워시(27)의 이야기를 전했다.

켄워시는 2014 소치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은메달리스트다. 하지만 켄워시는 미국으로 돌아가며 소치의 유기견 2마리를 입양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소치 시내의 유기견 수백마리를 도살한 러시아 당국의 대응과 비교됐다.

그런 그가 2015년 10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켄워시는 당시 “겁이 났지만, 이제는 내 몸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솔직하게 밝힐 용기가 났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참가한 소치 올림픽에서는 러시아가 ‘반동성애법’을 제정해 성소수자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그는 “러시아의 반동성애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올림픽 경기장 주변에서 연인과 키스를 하며 커밍아웃할까도 고민했다”고 했지만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켄워시는 성소수자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글로벌 기업들이 그의 스폰서가 됐지만, 성소수자들 중에는 그를 나쁘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켄워시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고, 또 그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안다”며 “그저 성소수자들도 같은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켄워시는 지난해 7월 주간지 타임과 인터뷰하면서 자신이 올림픽에 출전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초청을 받아도 백악관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성소수자 권리 보호 행정명령 폐기를 시도하는 등 ‘반(反)성소수자’ 성향을 띠어 왔다. 켄워시는 백악관 불참 결심이 변하지 않았다면서 “내 행동이 세상에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저항이며 나에게 자랑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미국 스키 대표팀 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켄워시는 올림픽행 막차를 타기 위해 마지막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나에게 ‘게이 스키선수’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녀도 괜찮다. 성소수자들이 사회에 더 많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