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년 10월 ‘비선실세 존재 밝히자’고 건의…대통령이 거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면담을 앞두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관한 자료를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면담을 앞두고 삼성 경영권 문제에 관한 자료를 ‘참고용’으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과의 독대를 위해 준비한 대통령 말씀 자료에 ‘임기 내 승계문제 해결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 자료는 “삼성에서 받은 것이 아니라, 행정관이 언론을 보고 평시에 작성하는 것”이라고 안 전 수석은 말했다. 해당 자료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및 지분구조 단순화’라는 구절도 담겨 있다. 양사의 합병은 면담 8일 전 완료됐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에게 ‘재단 설립 과정을 사실대로 밝히고 비선 실세를 인정하자’고 건의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재단설립에 대해서는 밝히되 비선 실세는 공개를 거부했다고 안 전 수석은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대기업 모금, 롯데 측의 추가 지원금 반환 등도 박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3월 박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70억원의 추가 지원을 직접 요구했고 롯데는 돈을 냈다. 그러다 롯데는 지난해 6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이 돈을 돌려받았다.

안 전 수석은 “롯데그룹의 70억원 추가 출연은 (롯데그룹에) 부담이 된다고 박 대통령에게 건의한 뒤 (박 대통령이) 중단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하지만 나는 롯데 수사와 관련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정동구 K스포츠 이사장 등의 내정 사실도 박 대통령에게 들었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은 2015년 7월13일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최태원 SK 회장의 특별사면을 부탁받고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다. 안 전 수석은 “그해 8월13일 박 대통령에게 ‘최 회장의 특별사면을 미리 (SK 측에) 말해주라’는 지시를 받아 이행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최 회장을 외에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사면을 받은 점을 강조했다.

안 전 수석은 또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대기업 총수와 면담한 후에 기업마다 30억원의 출연금을 모금하도록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현대차와 CJ를 말하면서 30억원을 말씀하고 다른 업체도 그에 준해서 하라고 했다’고 발언했는데 맞느냐”는 국회 소추위원단의 질문에 “맞다”고 답변했다.

<곽희양·윤승민 기자 huiyang@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