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이 청와대에 총수 사면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실제로 사면을 받자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61·구속)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청와대와 최씨의 각종 비위를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들을 보면,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은 2015년 8월13일 “하늘 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 살리기를 주도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때는 최태원 회장이 2015년 광복절 사면을 받기 하루 전이다. 김 회장은 사면 뒤에도 “최 회장을 사면, 복권시켜 주신 은혜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다른 문자메시지는 ‘국토비서관’이란 번호로 “수석님 통화 가능하신지요? 사면 진행 상황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보냈다. 사면은 민정수석 담당인데 경제수석이던 안씨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것이다. 이 메시지는 2015년 7월25일자인데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이틀간 독대를 하던 그때다. 

최씨가 박 대통령 당선 이후 기분이 너무 좋아 보여 “로또 된 것 같다”고 주변에서 생각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내용은 최씨의 도움으로 현대자동차에 납품한 이모 KD코퍼레이션 대표의 부인 문모씨의 검찰 진술조서에서 나왔다. 문씨는 최씨 딸 정유라씨(21) 초등학교 동창의 엄마다. 최씨에게 부탁해 남편의 회사가 현대차와 11억원대 납품계약을 맺었는데,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했다.

문씨는 “인터넷 검색으로 박 대통령과 최씨의 부친인 고 최태민 목사가 가까운 관계라는 것을 알았다”며 “최씨와의 모임에서 시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얘기를 했더니, 최씨가 ‘납품 어디로 하고 싶냐’고 말해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고 짐작했다”고 했다. 문씨는 최씨를 ‘왕회장님’이라고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2월18일 황창규 KT 회장을 만나 장시호씨(38·구속)가 작성한 문건을 건넨 사실도 밝혀졌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증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황 회장에게 더블루K가 작성한 연구용역 제안서와 장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KT스키단 창단 계획서를 건넸다. KT스키단 창단 계획서는 장씨가 작성한 문서다. 이 문서가 황 회장에게 전달된 이후 KT 관계자들은 장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리·윤승민 기자 lhr@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