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치색과 무관 소규모·기동성 있게… 2006년보다 빠른 결집

태국 군부가 친정부·반정부 시위대의 충돌을 막겠다며 쿠데타를 선언한 뒤 거리를 메우던 대규모 시위는 사라졌다. 하지만 계엄령 속에서도 수도 방콕을 중심으로 소규모 반군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2006년 탁신 친나왓 당시 총리를 쫓아낸 쿠데타 때와 비교해 트위터·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커진 덕이다.

군부가 쿠데타를 공식 선언한 지난 22일 SNS에는 군부의 발언과 야간 통행금지령 이후 텅 빈 시내의 모습에 대한 글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동시에 쿠데타에 대한 반발 여론이 들끓었고, 사진들과 함께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SNS를 이용해 반군부 시위를 시작했다. SNS에 시위 장소와 시간을 알리면 동조하는 이들이 모이는 식이다. 지금까지 태국 시위는 반탁신계 ‘옐로셔츠’와 친탁신계 ‘레드셔츠’로 양분돼 있었다. 이 두 진영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시위대였으나 쿠데타 뒤 시위의 양상이 바뀌었다. 3년여 전 ‘아랍의 봄’ 때와 비슷하게 규모는 작지만 기동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 @BKKRickLee


23일과 24일에는 방콕에서 100~200명 규모의 반군부 시위가 산발적으로 열렸다. 25일 방콕 중심부 랏차쁘라송 쇼핑지구에서 열린 시위에는 2000명 가까이 모였다. 아직 사태의 향방을 바꿀 만한 잠재력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쿠데타 뒤 80여일 만에야 2000명이 모였던 2006년에 비하면 시위대의 결집 속도는 빠르다. 북부 치앙마이와 꼰깬까지도 반군부 시위가 번지고 있다. 시위 양상도 달라졌다. 군부가 쉽게 해산하지 못하도록 쇼핑몰이나 중심가의 행인과 참가자들이 섞인 채 시위가 벌어진다. 또 친탁신 레드셔츠의 경계를 넘어 탁신을 지지하지 않은 시민들도 쿠데타에 반대해 시위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군부의 여론통제 방식은 ‘전통적’이다. 군부는 먼저 TV·라디오를 장악한 뒤 방송 연설로 쿠데타를 선언했다. 군 지도부의 포고령들도 모두 방송과 신문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 쁘라윳 짠 오짜 육군참모총장은 26일 쿠데타 뒤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에게 쿠데타를 추인받았다”며 시위대를 겨냥해 “저항을 해도 소용 없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국왕의 추인이 과거처럼 사태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군부는 SNS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고 있다”고 평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