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앙숙’ 파키스탄 총리에 이례적 초대장… 경제 고려한 듯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탄인가, 일회성 돌발 행동인가.’ 

힌두 민족주의자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지명자가 26일 열리는 취임식에 앙숙인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를 공식 초청했다고 모디가 속한 인도국민당(BJP) 대변인이 21일 밝혔다. 샤리프 총리는 이 같은 제안에 답을 하지 않고 있지만 취임식에 참석할 경우 1947년 독립 이래 인도 총리 취임식에 참석하는 첫 파키스탄 총리가 된다. 

모디의 이 같은 제안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모디의 당선으로 무슬림들에 대한 차별과 주변국들과의 갈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인도국민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강한 인도’를 부르짖었고, 투표가 끝난 뒤에도 “파키스탄에서 비롯된 테러리즘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파키스탄 독립 이후 4차례나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초청은 일단 모디가 주변국과 갈등을 일으키리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모디는 샤리프 총리뿐만 아니라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 회원국인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정상들도 함께 초청했다.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이 타밀 반군을 탄압했을 때 인도는 같은 타밀족인 남부 타밀나두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스리랑카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모디는 방글라데시에 대해선 “불법 이민자가 많이 유입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인도가 갈등을 봉합하고 주변국들의 리더 행세를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갈등에 대한 우려를 줄여 투자를 이끌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매년 8%를 유지하던 인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최근 2년간 4%대로 떨어졌다. 주 총리 때처럼 경제발전을 이끌려면 투자자들의 우려를 줄여야 한다. 원유 확보도 인도의 고민이다. 힌두 민족주의 기조의 외교정책은 인도에 원유를 공급할 이슬람 국가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 개선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간 더힌두는 “갈등의 책임을 파키스탄에 전가시키려고 한다”며 이번 초대가 일시적인 제스처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1999년에도 당시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가 파키스탄을 방문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불과 석 달 뒤 양국은 잠무 카슈미르를 놓고 전쟁을 벌였다.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스리칸트 콘다팔리 교수는 “모디가 최대 1년간은 이념보다 경제발전을 앞세우겠지만, 이후엔 감정적인 대외정책을 벌일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