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쿠데타 뒤 사회안정 명분
ㆍ‘단속과정서 사살’ 소문에 20만명 일자리 버리고 귀환 국경 넘다 사상자 발생도

태국 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공포에 떨며 대거 국경을 넘고 있다. ‘사회 혼란 수습’ 명분을 걸고 쿠데타를 일으킨 태국 군부가 캄보디아 불법 이주노동자들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잇따랐다는 소문 때문이다. 태국 군부는 소문을 일축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일자리를 버리고 도망치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태국 정정불안의 최대 피해자가 될 판이다.

지난달 22일 일어난 태국 군부 쿠데타 이후 캄보디아로 돌아간 노동자들이 17일 현재 20만명을 넘어섰다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14일에만 4만7000여명이 태국을 떠나는 등 노동자들의 탈출은 계속 늘고 있다. 이날 밤에는 태국을 탈출하려는 노동자들을 태우고 국경으로 향하던 트럭이 사고를 내 6명이 숨지기도 했다.

트럭 타고 집으로… 군부 쿠데타 이후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해 태국을 탈출한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17일 태국과 접한 캄보디아 국경도시 포이펫에 도착해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포이펫 | AP연합뉴스


캄보디아 노동자들은 쿠데타 이후 꾸준히 태국을 떠나고 있다. 태국 군부가 사회를 안정시키겠다며 불법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캄보디아 노동자들 사이에 “군부가 불법 이주노동자들을 체포하고 사살했다”는 소문이 돌자 캄보디아로 돌아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군부는 처음엔 노동자들의 탈출이 “가족들의 농번기 일손을 돕기 위한 일상적인 이동”이라고 했다. 그러나 탈출 행렬이 이어지자 태국 기업들 쪽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결국 군부 인사가 16일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중부 사뭇사콘주를 찾아가 “아직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단속 계획은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17일에는 태국 주재 캄보디아 대사와 만나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두 나라가 협력하기로 했다.

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2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주변국에서 왔다. 대규모 농장, 공장, 건설 현장 등 ‘3D’ 업종부터 숙박업, 가사노동 등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이 때문에 태국 정부는 불법 이주노동자 문제를 쉬쉬해왔다. 하지만 군부가 들어서면서 이주노동자는 졸지에 사회질서를 해치는 사회악으로 지목됐다.


공장주들은 월급을 올려주겠다며 노동자들의 이탈을 막으려 하고 있으나 혼란에 빠진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포기하면서 탈출에 나서고 있다. 국제이주기구 조 라우리 대변인은 “노동자들은 주로 동료 이주노동자들의 정보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캄보디아의 가족들도 태국에 사는 노동자들에게 탈출을 요청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탈출 과정에서 돈까지 뺏기기도 한다. 

프놈펜포스트는 국경의 태국군이 노동자들의 탈출을 눈감아주면서 1인당 300바트(약 9400원)를 요구했으며, 돈을 내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군에 억류됐다고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국경을 넘은 노동자들에게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태워주겠다며 돈을 뜯어낸 캄보디아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