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세계 곳곳에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다. 세계 보건시스템의 빈틈을 드러낸 에볼라 확산, 미국을 다시 중동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이슬람국가(IS)’ 사태 등으로 지구촌은 몸살을 앓았다. 그런가 하면 인도에는 새 우파 정부가 들어섰고, 영국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로 나라가 갈라질 위기를 맞기도 했다. 올 한 해 세계를 흔든 사건들을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저개발국 미흡한 보건체계가 확산 불러

2014년 전 세계에는 ‘에볼라 공포’가 일었다. 치사율이 50%가 넘는 에볼라가 ‘21세기 흑사병’이 돼 전 세계에 번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파견한 의료진이 서아프리카에 투입돼 에볼라 확산세는 한풀 꺾였다. 그러나 서방 국가에 환자가 발생한 뒤에야 본격화되는 대응책 마련, 저개발국의 미흡한 보건체계는 숙제로 남았다.


라이베리아의 보건요원이 지난 9월4일 수도 몬로비아의 길가에 누운 에볼라 감염 추정자를 향해 항생제를 살포하고 있다. 최근 에볼라 확산세는 한풀 꺾였지만, 국제사회의 대응이 빠르고 적절했더라면 조기에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몬로비아 |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아프리카 기니에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일까지 집계한 에볼라 감염자는 1만7145명, 사망자는 6070명이다.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의 대도시에서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난 지난 8월 들어 사망자는 1000명이 넘었다. 

라이베리아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던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가 감염된 뒤 국제사회는 본격적인 에볼라 확산 방지에 나섰다. 미국은 9월 병력 3000명을 라이베리아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기니, 라이베리아의 감염자 발생은 줄고 있다. 10월 미국에서는 내 첫 에볼라 확진자인 토머스 던컨이 숨졌다. WHO는 지난 1일 “에볼라 확산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에볼라가 서아프리카에 확산된 근본 원인은 미흡한 의료체계다. WHO가 조사한 미국의 201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의사수는 245명인 데 반해, 기니는 10명에 그쳤다. 스페인의 1인당 의료비 지출액은 3000달러를 넘지만, 시에라리온은 스페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부를 불신해 의료진을 찾지 않는 주민들의 행동도 에볼라 확산을 부추겼다.

국제사회, 치료제 개발 늑장 대응 ‘도마’

그러나 국제사회의 적절치 못한 대응도 에볼라 확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사회의 에볼라 대응은 느렸고, 적절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에볼라 치료제 개발을 미룬 제약회사들도 도마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와 지역에서 발견된 에이즈와 달리 수익성이 없다며 에볼라 치료제 개발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이즈도 미국·유럽에서 감염자가 나온 뒤 치료제 개발이 시작됐다며, 수익 여부에 따라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회사들을 비난했다.

에볼라 국가들이 경기 침체 악재 속에 보건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면 에볼라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도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2일 시에라리온의 2015년 경제성장 예상치가 마이너스 2%, 기니는 마이너스 0.2%라고 발표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이날 “에볼라가 계속되면 국민들과 국가 경제는 황폐화될 것”이라며 “이번 발표는 우리가 왜 ‘에볼라 제로’를 목표로 삼고 있는지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