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 알아바디 지명 환영… 알말리키, 여전히 사임 거부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 후임으로 지명된 하이데르 알아바디 의회 부의장이 이라크의 정치적 혼란을 잠재워줄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알아바디는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시아파이지만 수니파나 쿠르드족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통합정부를 구성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알아바디 지명을 환영하며 통합정부를 세워 정국을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알아바디는 1952년 바그다드에서 태어났으며 15세 때 시아파 정당인 다와당에 가입해 사담 후세인 정권에 반대하는 투쟁을 시작했다. 후세인 정권의 가혹한 탄압으로 형제 2명을 잃었고, 그 자신도 오랜 기간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땄고,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미군에 축출된 뒤 귀국해 과도정부의 통신장관 등을 지냈다. 2006년 의회에 입성한 그는 지난달 15일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각료·정치인으로서 알아바디는 미국과 번번이 대립했다. 2003년 과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폴 브레머 미 군정청장이 이라크의 기간시설과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려 하자 반발하며 과도위원 총사퇴를 주도하기도 했다. 2008년 미국과 이라크 정부 간 미군 주둔협정이 체결될 때에도 이라크의 국익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종파갈등을 부추긴 알말리키와 달리 수니·쿠르드 정치세력과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미국도 알아바디 총리 지명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의 새 정부를 구성할 첫걸음을 떼게 됐다”고 말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새 내각이 꾸려지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이라크 전문가 하이데르 알쾨이는 “알아바디는 능숙한 외교로 명성을 얻었다”며 “지금이 통합정부를 구성할 기회”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알아바디는 이슬람국가(IS) 반군이 공세를 펼치던 지난 6월 허핑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시아와 수니가 서로 맞서서는 안된다”며 종파 간 단합을 촉구한 바 있다.

알말리키는 바그다드 도심에 병력을 배치한 뒤 사임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알말리키는 시아파 민병대 ‘아사이브 아흘 알하키’ 등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아파 민병대는 자금줄인 이란의 영향력 아래에 있고, 이란도 알말리키의 후임자를 뽑는 것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알말리키가 정국을 다시 뒤집을 가능성은 낮지만, 안정이 이뤄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