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부 기관·각료 힌디어만 허용… 소수민족 억압 우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힌두 쇼비니즘(맹목적 국수주의)’ 본색을 드러냈다. 모디 총리 취임 이틀 만에 정부 기관과 관료들에게 힌디어 사용을 의무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슬림과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유력 정치인이자 타밀나두주 총리인 자얄랄리타 자야람은 지난 20일 모디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 대도시 첸나이를 주도로 하는 타밀나두주는 인도 아대륙 남단에 있다. 이 주의 7200만 인구는 타밀어를 주로 사용한다. 자야람 주총리가 항의서한을 보낸 것은, 모디가 여러 공식 언어 중 힌디어를 강제로 쓰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야람은 항의서한에서 “힌디어를 강요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을 자극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힌두스탄타임스 등이 전했다.

인도 북쪽 끝,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댄 잠무카슈미르주 주민 1200만명은 우르두어와 영어를 주로 쓴다. 잠무카슈미르 정치인들도 “힌디어를 우선시하려는 정부 정책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이등 국민’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17일 이코노믹타임스에 폭로된 내무부 문건이었다. 이 신문이 입수한 문건은 지난달 27일 작성된 것으로, “모든 정부 부처, 공기업과 정부 은행 임직원들은 부처 홈페이지와 공식 소셜미디어를 힌디어로 쓸 것을 명령한다. 영어보다 힌디어가 우선이며, 영어를 쓸 때도 무조건 힌디어를 병기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힌디어가 인도에서 가장 비중이 크긴 하지만 인도 전체 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만 쓰는 언어다. 다양한 종족과 언어, 종교가 공존하는 인도에서 일방적인 힌디어 사용명령은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인도 정부는 독립 이래 민족·언어·종교집단들의 대등한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고, 영어와 힌디어를 비롯해 14개 언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해 써왔다. 특히 공식 석상에서는 언어집단 간 마찰을 피하기 위해 영어를 주로 사용해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