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자연스레 두 손가락을 들어 ‘브이(V)’자를 그려보인다.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시아인들은 무엇 때문에, 언제부터 무의식적으로 ‘V-사인’을 그리게 됐을까. 그 이유를 미국 타임지가 분석해 4일 보도했다.

타임지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유럽에서는 아시아에서 ‘V-사인’이 유행하게된 것이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재닛 린의 등장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린은 1972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종목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린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때문에 린을 지켜본 모든 이들은 동메달에 크게 실망했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린은 오히려 결과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머리를 쥐어뜯는 대신 밝게 웃는 린의 모습은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린은 타임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내가 지고도 왜 웃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는 록스타가 된 것처럼 많은 팬들에 둘러싸여 악수를 했고, 수천통의 팬레터를 받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만큼 린의 일거수일투족은 일본 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는데, 그녀가 언론에 손가락으로 그려보인 V자도 덩달아 유행했다.

타임지 캡처 (http://time.com/2980357/asia-photos-peace-sign-v-janet-lynn-konica-jun-inoue/?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timeblogs%2Ffashionweek+(TIME%3A+Fashion+Week+))

다른 의견도 있다. 일본 대중문화 전문가인 제이슨 카를린 도쿄대 교수는 “일본 대중문화를 지켜본 바로는, 유명 그룹 ‘스파이더스’의 멤버 이노우에 쥰(井上順)이 V-사인의 대중화의 근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노우에가 코니카 카메라 등 광고에 출연하면서 그린 V자가 일본에서 ‘V-사인’ 대중화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린이 오기 전에도 V자는 1960년대 야구·배구를 다룬 일본 만화에서 이미 ‘승리(Victory)’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었다.

근원에 대한 주장은 차이가 있지만, 1980년대 일본 대중문화가 발전하고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V자가 더 크게 유행했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특히 1980년대 ‘소녀 잡지’들이 유행하며 V자를 그린 젊은 여성들의 사진은 전국적으로 퍼졌다. V자를 그리면 얼굴이 작아보이는 효과도 있어 젊은 여성들은 이 포즈를 사랑하게 됐다. 미국 미주리주립 세인트루이스대 일본학 교수 로라 밀러는 “일본 여성들이 수차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냈지만, 이들은 거의 자신들의 영향을 알지 못한다”고 타임지에 말했다.

타임지는 일본에서 이같은 문화가 시작된 뒤, 한국, 중국, 홍콩 등으로 퍼지며 아시아에 ‘V-사인’이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그 때문에 아시아의 젊은 여성들에게 V자를 그리는 이유를 물으면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부산에 사는 한 여학생은 “(사진 찍을 때) 손으로 뭐라도 해야할 것 같다”고 타임지에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