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추경 사업’ 볼수록 허술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취지와 맞지 않는 사업들을 포함시키고 관련 지방자치단체들과 합의도 하지 않은 채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을 보면 수자원 관련 사업에는 1824억원이 배정돼 있다. 이 중 용수 공급 및 개발 사업에는 390억원, 댐 건설 및 치수능력 증대 사업에는 1084억원이 배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가뭄·장마 등 재해 대비를 위해 추경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수리시설 확충, 댐 치수능력 확대를 통해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경이 투입되는 사업들은 정작 가뭄 대처와는 무관한 것으로 지적된다. 용수 공급 사업 중 ‘대청 광역상수도 건설 사업’(투입액 150억원)과 ‘구미권 국가산단 용수 공급 사업’(50억원)은 농업용수가 아닌 생활용수 공급 사업이며, 위치상으로도 가뭄 피해를 본 농촌 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치수능력 증대 사업의 경우 평화의댐·충주댐·운문댐 정비에 총 450억원을 편성했으나, 이는 농업·공업용수 확보가 아니라 홍수 시 넘치는 물을 가두거나 흘려보내기 위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은 “가뭄을 이유로 추경을 하겠다면서 정작 쓸 곳이 없어 엉뚱한 곳에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산출근거가 미약하고 지자체와의 매칭 여부가 불투명한 사업에 3000억원 이상을 잡아놓았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에 따르면 문화부는 관광숙박시설 건설 및 개보수, 국민관광시설 확충 등 ‘관광산업 융자지원’ 사업에 3000억원의 추경을 투입하기로 했다. 문화부 추경(3952억원)의 76%에 달하는 돈이다.

하지만 세부사업별로 보면 관광숙박시설 개보수 대상 객실 수(1600실)나 국민관광시설 확충 관련 지원업체 수(70개) 등이 객관적인 조사 없이 산출돼 예산이 과다 편성됐다고 조 의원은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문화부 추경안의 연내 소진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의 문화생활 지원을 위한 ‘문화누리카드’ 사업에 책정된 105억원도 절반 가까이가 실제 쓰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누리카드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가 7 대 3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매칭 사업인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경남 등 8곳은 돈을 대기 어렵다는 입장을 문화부에 통보했다. 추경으로 국비가 확보되더라도 지자체 예산이 더해지지 않으면 사업이 진행될 수 없어 이들 8개 지자체 몫으로 잡힌 예산 45억9900만원은 불용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윤승민·이주영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